서울특별시 도봉구 방학 2동. 새로 들어선 맨션아파트 단지의 큰 길을 따라 들어가면 뚝방 판자촌이 나온다. 대부분 행상·품팔이로 살아가고 있는 판자촌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공부하고 쉬는 작은 공간「뚝방아이네」. 올해로 여섯돌이 되는 뚝방아이네에서 가난한 삶 한 가운데에 있는 아이들과 생활에 온 문경수 (가타리나) 씨를 만났다.
국민학교 1학년짜리 슬기와 일곱살짜리 로운이의 엄마이면서 뚝방아이네를 이끌어 오는 그는 재개발지역의 「해결사 아줌마」로 통한다.
『뚝방 철거촌이 또 언제 철거될지 몰라서 걱정들입니다. 세입자들에게는 전혀 보상이 없고 주인들도 작은 보상금에 그칠 우려가 커서 아파트 건설회사측과 교섭을 하고 있어요』
지난번 철거때에는 생존 권대책위원회를 결성, 철거민들의 이익을 대변해 열심히 뛰었던 그는『주민들이 먹고 살기 바빠서 단합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인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유아원을 생각했다는 문경수씨는『지역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것이 큰 과제』라고 밝혔다.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므로 뚝방아이네에 모이는 시간은 오전 7시 30분가량.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정리를 하면 어느덧 간식시간이 된다. 영양가를 계산한 간식준비가 끝나면 학습이 시작된다.
시험지·글씨공부·만들기 그림그리기등 연령별 발달단계에 맞추어 두 그룹으로 실시되는 이 공부시간은 주 단위로 다양하게 진행된다.
『제가 엄마니까 이 지역 엄마들이 고민이 있을 때 잘 찾아옵니다』
가사노동·생활고, 그리고 교육문제까지 3중고에 시달리는 주부들과 함께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술먹고 때리는 남편문제부터, 자녀교육문제까지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설명한 그는『월 1회씩 자모회를 갖고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또한「아빠모임」을 통해 어려운 생활 속에서 부부가 어떻게 도와가야 하는가를 강조, 연탄불 갈기, 설거지 등을 나누어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부모들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한글을 못 깨치는 경우가 많아 학교생활에서의 어려움도 적지 않은 문제다.
이런 어린이들을 위해 공부방을 마련하여 한글을 가르친다는 문경수씨는『공부보다도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어린이들에게 그런 정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들과 저녁까지 함께 생활하고 나면 엄마·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이 시간이 가족끼리의 시간. 『우리 식구끼리 한번도 같이 생활해 본 적이 없어서 가족에겐 미안하기도 하다』는 그는『큰아들 슬기는 학교 시험에 온 동네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묻는 질문에 「집」이라고 썼다.
가톨릭지역 아동연합회 회장직을 맡아 한층 더 바쁘게 뛰는 문경수씨는『봉사정신 하나로 탁아소를 운영할 수는 없다』면서『빈민지역 특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81년 월곡동 산동네에서 탁아소를 세운 이래, 계속 빈민아동교육에 힘써온 그는『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운동이 교회 안에서부터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파트지역에도 신자들이 많이 살고 있을텐데도 뚝방아이들이 아파트단지 놀이터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합니다. 뚝방아이들이 아파트지역 친구를 초대해도 부모들은 결코 가난한 지역으로 보내지 않아요』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수 있는 풍토가 아쉽다』는 그는 『뚝방아이들과 함께 가난 속에서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는 법을 실천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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