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종착역에서 매일매일의 삶을 새롭고 기쁘게 살아가려는 석주선 박사(81세·마리아)가 최근 제자를 위해 가진 것 모두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단국대학교 석주선 기념 민속박물관장인 그녀는 시가 7억상당의 자택을 장학기금으로 써달라고 단국대에 기증, 또 한 번 제자를 아끼고 후진양성에 최선을 다하는 스승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집은 보잘 것 없지만 대지가 90여 평 됩니다. 처음에 이 집에 와서 심은 나무들이 이제는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했습니다. 고목이 다 된 진달래를 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섭섭하고 착잡하기도 해요”
특히 오늘날처럼 ‘사도’(師道)가 희미해져가는 현실 속에서 석주선 박사의 아낌없는 사랑은 올바른 스승의 상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석주선 박사가 일평생을 바쳐 모으고 수집한 민속사료 전부가 81년 개관된 의류전문 민속박물관 제1호인 ‘석주선 기념 민속박물관’에서 되살아나 오늘까지 이어져 오듯 그가 마지막으로 남길 수 있는 장학금은 한번 제자를 속에서 살아나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누가 알건 모르건 매사를 절도 있게, 깨끗하게 살아간다면 제자들도 나의 말을 귀담아 들을 겁니다. 젊은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참된 스승으로 여생을 마치고 싶습니다”
석주선 박사는 사회가 어떻게 변해도, 시대가 아무리 바뀐다 하더라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변할 수도, 바뀌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아는 체하지 말 것과 함께 진실과 노력이 있는 곳에서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진실·노력·인내’라는 그녀의 지론대로 80평생 근검절약하면서 학문의 길에만 전념해 왔기에 장학기금으로 자택을 기증한 것이 더 높이 평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의 오솔길을 걸어오면서 단 한 시간의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던 석주선 박사. 심지어 몸이 아파 누워 있을 때도 골무를 만들곤 했다고 회상한다.
이제껏 그녀가 만들어놓은 골무는 일천개가 넘었고 ‘어방낭자’라는 주머니 20여개, 조상들의 생활 문화가 담긴 보자기도 6~7개 만들었다. 자투리 천으로 만든 이것들은 바로 자신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것이기에 골무를 들여다보는 노박사의 감회는 새롭다.
“시간이 경제보다 더 소중하다”는 석박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민속박물관 곳곳에 서린 그녀의 손길과 애정이 그것을 먼저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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