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구 속초 동명동성당(주임 조영수 신부)은 그림 같은 풍경과 더불어 해돋이 명소로도 전국적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4월 4일 일어난 속초 산불로 인해 본당 신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춘천교구 본당 중에서도 피해자가 가장 많은 본당이 됐다.
화재 발발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우들의 피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동명동본당 주임 조영수 신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화재가 난 4일은 첫 목요일이라 성시간 중이었어요. 갑자기 신자들 휴대전화가 동시에 울려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직감했는데, 밖에 나가보니 탄내가 나고 주위가 온통 뿌옇고 빨개서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았죠.”
이후 상황은 다급하게 돌아갔다. 고성 까리따스마태오요양원 원장 장금자 수녀가 건물 주변이 불길에 싸여있으니 구해달라고 전화를 한 것.
조 신부는 급한 마음에 직접 봉고차를 몰고 나섰는데, 이미 도로는 차들로 꽉 차 있었고, 가는 길마다 통제가 이어졌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다행히 소방차가 출동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안도의 순간도 잠시였다.
“불길이 계속 잡히지 않았기에 혹시나 불길이 성당으로 올까봐 상황을 확인하려고 영랑호까지 걸어갔어요. 속초의료원 건너편에 불길이 보이더군요. 그래도 영랑호 덕분에 성당까지 불길이 오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 10시, 상황은 악화돼 기존 대피소마저 위험해졌고, 동명동성당 내 파티마의 집 강당이 새로운 대피소가 됐다.
“구호물품이 금방 도착하지 않아 일단 급하게 박스를 펼쳐 깔고 이재민들을 맞았죠. 15가구 30여 명이 오셨는데 사목회장님과 수녀님 두 분이 이재민들을 안심시키셨지요.”
다음날인 5일 오전 미사를 마치고 조 신부는 바로 피해가구 방문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13가구로 집계된 본당 내 피해가구 수는 계속 늘어나 8일 현재 17가구가 됐다. 동명동본당은 피해 가구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사목회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재편했다. 주일미사 참례자 250명 내외, 교적상 등록신자 600명에 불과한, 형편이 넉넉지 않은 시골본당이지만 본당 차원에서 17가구에 가구당 50만 원을, 피해가 제일 큰 장천마을에는 100만 원을 지원했다.
“피해 교우 대부분이 대피 문자를 받고 급하게 몸만 빠져나온 분들이라 성물도 못 챙기셨을 것 같아 방문을 하며 묵주를 성금과 함께 드렸더니 아주 기뻐하셨어요. 피해 교우 중에는 냉담교우도 계셨는데 그분들의 감사가 말도 못할 정도였죠.”
힘든 상황이지만 감동적인 일들도 이어졌다. 집이 전소됐는데도 우리는 괜찮다며 성금을 사양한 가정도 있었고, 본인도 피해자이면서 운영하는 식당에 동네 주민들을 머무르게 한 신자도 있었다. 또 한 피해 신자는 “옆집이 아니라 우리 집이 타서 다행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신부는 “수십 년간 이룬 삶의 터전과 추억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피해 교우들의 상실감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어려운 현실을 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 같이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분들께는 큰 힘이 된다”며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했다.
동명동본당은 남은 사순 시기동안 주일 교중미사를 제외한 모든 미사를 이재민들을 위한 미사로 봉헌할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