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사형폐지소위, 10만여명 서명한 입법청원서 제출
“사형 대신 종신형… 20대 국회서는 반드시”
배기현 주교 “생명을 아끼는 길에 더 큰 마음으로 다가서야”

3월 28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사형폐지·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기자회견’에서 김형태 변호사가 입법청원 취지와 내용을 밝히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배기현 주교, 이하 사폐소위)가 사형폐지와 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을 제기했다. 사폐소위는 3월 28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사형폐지·종신형 입법화를 위한 입법청원 기자회견을 열고, 작년 12월부터 서명 받은 사형폐지와 종신형 입법청원 서명지를 국회에 제출했다.
사폐소위 총무 김형태(요한) 변호사는 “2017년 기준으로 사형폐지국은 142개국에 이르고, 2017년 한 해 동안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23개국에 불과하다”며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그 위상에 맞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입법청원 취지를 밝혔다. 또 “사형제 폐지는 중범죄자들을 무죄 방면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형이 아닌 다른 형벌로 처벌한다는 것”이라며 “종신형으로도 형벌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국가들의 사례와 학계의 연구를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범죄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2007년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된 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연구와 실천, 살인범죄 피해자 가족 간의 화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故)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을 비롯해 한국교회는 꾸준히 사형폐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00년에는 대희년을 맞아 그해를 ‘사형폐지의 해’로 정하고 대대적인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폐소위의 사형폐지와 종신형 입법청원 서명 운동은 이번이 4번째다. 이번 입법청원 서명지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유지를 받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10만5179명이 서명했다.
입법청원 소개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피델리스)·금태섭 의원, 자유한국당 경대수(바오로) 의원, 민주평화당 박지원(요셉) 의원, 정의당 이정미(오틸리아) 의원이다.
그동안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은 15~19대 국회에서 모두 7차례나 발의됐지만 번번이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이상민 의원은 “다수 의원의 참여를 통해 법안을 발의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며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국회법에 정해진 전원회의를 열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금태섭 의원도 “사형제는 오판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하는 불완전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배기현 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법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것일지라도 인간의 생명만큼은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에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걸어가야 할 귀한 길, 곧 생명을 아끼는 길에 더 큰 마음으로 다가서자”고 당부했다.
한편 1953년 제정된 우리나라 형법은 140여 가지 범죄에 대해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 1997년까지 50년 동안 총 902명, 연평균 19명의 사형을 집행해 왔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