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을 실현한 고(故) 지학순 주교의 삶과 신앙을 조명한 ‘제2차 지학순 주교 기념 심포지엄’이 3월 22일 원주 가톨릭센터 마리아홀에서 열렸다.
원주교구 지학순 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 곽호인 신부)가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해 지 주교 선종 25주기를 맞아 열린 데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심포지엄이 지 주교에 관해 신학적·사회학적으로 접근했다면, 이번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중심으로 교회론적·역사학적인 측면에서 지 주교의 정신을 풀어냈다.
이날 최현순 교수(데레사·서강대학교)와 장동훈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가 각각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른 지학순 주교의 교회관 이해’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수용과정으로서의 지학순 주교’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 이학근 신부(원주교구 원로사목)가 지 주교와 얽힌 체험을 들려주는 시간도 마련됐다.
지 주교는 1965년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에 임명돼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참석하고, 평생을 공의회 정신으로 사목하면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의 목자로 살아왔다. 지 주교는 원주에 한국 최초의 가톨릭센터를 건설해 시민에게 개방하고, 진광학원·원주MBC를 설립하는 등 교육·문화 활동에 앞장섰다. 또 여러 협동조합을 만들고, 벽지보건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1974년에는 “유신 헌법은 무효”라고 양심선언을 해 투옥됐고, 이후로도 평생을 정의와 인권, 평화운동에 헌신했다.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는 이날 심포지엄 인사말을 통해 “지 주교님은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픔을 고스란히 겪으셨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나누셨다”면서 “이번 심포지엄은 지 주교님이 사제로서, 목자로서, 주교로서 자기 소명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밝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지학순기념사업위원회는 내년 제3차 심포지엄을 통해 파독 간호사 귀국으로 국내에 들어온 독일인과 한국인으로 보건팀을 구성해 낙후한 농촌과 어촌, 그리고 광산촌에서 벽지보건사업을 펼쳤던 지 주교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조명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이후로도 지 주교의 탄생 100주년인 2012년까지 해마다 심포지엄과 관련 행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