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이사철엔
이러저러한 까닭으로
집값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어제 저녁 석간 신문에 난
소금같은 진실을 믿으며
밤 새 아내와 둘이서
생각을 뜯다가 가슴을 뜯다가
아침 일찍 집을 보러 나갔다.
하늘은 푸르고
그 하늘 한복판으로 흰구름
꽃잎처럼 둥둥 떠 가고
보기 어려운 도시의 새들도
가끔씩 소리 흘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봄이 오려나 싶었다.
그런데 가는 곳 마다
와르르 와르르 울음 울며
집들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어둠의 밤바다에서
파도 소리로 흔들리는 누이들처럼
제 몸값에 눌려
피를 쏟으며 죽어가고 있었다.
종일을 바람처럼 돌아다니다
어둑어둑 땅거미 진 길 걸어오는데
길 바닥에 가득히
퍼렇게 멍이 든 석간신문 활자들
미안한 눈짓으로 죽어있었다.
몽둥이 맞은 개처럼 혀를 빼물고
편안히 죽어있었다.
십 팔년 봉급쟁이 생활에
처음 집 보러 나가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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