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근검절약하며 모은 재산인 임야 1만6천평(시가 약 16억원, 경기도 안성군 원곡면 내가천리)를 서울 포교성베네딕도회에서 운영하는 성요셉농아양로원 설립을 위해 선뜻 내놓은 임정서(데레사·74) 할머니.
평생을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로 일관해온 데레사 할머니의 삶은 ‘가난한 그리스도’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어려움을 당하는 노인네들을 많이 봤어. 어떻게 해서라도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을 위해 양로원을 세우고 싶었지”
데레사 할머니가 성요셉양로원과 인연을 맺는 것은 87년 봄. 무심코 켠 TV에서 포교 성 베네딕도회 수녀들이 출연, 농아양로원 설립에 따른 어려움과 도움을 구하는 호소가 흘러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데레사 할머니는 이튿날 곧바로 수녀원을 찾아갔다. 그 후 남편 정흥구(대건안드레아·79)씨를 비롯한 2남3녀의 가족이 모여 논한 끝에 가족 모두가 할머니의 뜻에 흔쾌히 동의, 양로원 설립의 꿈은 현실로 나타나게 됐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불구 불쌍한 이웃이나 친지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데레사 할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며 성장한 자녀들로선 어쩌면 당연한 순명이었다.
“온 마음·정성을 다해 봉사할 수 없는 것이 속상할 뿐이지. 좋은 일 한다고 따라하고 나쁘게 행동하니까 나도 그냥 그렇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럼 성당에 안다녀도 돼”
임데레사 할머니는 당시 여고생이던 셋째 딸이 친구 따라 성당에 갔다가 영세한 후 기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1971년 입교했다고 한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그리스도를 모르고 살아온 지난 세월을 보상이라도 하듯 데레사 할머니는 더욱 열심히 절제하며 성실히 살았다.
신앙을 가진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성당에 나가라고 말로써 권면한 적은 거의 없다. 묵묵히 남을 위해 나를 아끼지 않는 모습만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러한 속뜻을 헤아리기라고 하듯 임할머니를 따라 영세입교 할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고 이들을 위해 대모가 되어준 예도 숱해 ‘평택동 대모(代母)’란 애칭도 얻게 됐다.
50여년을 한결같이 ‘베푸는 삶’을 살아온 임할머니의 정성은 신학생후원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신학생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전해주며 이들의 고귀한 사제직을 위해 기도했다. 이렇게 지켜본 신학생들이 이젠 서울·수원교구 등지서 사제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임할머니의 말할 수 없는 기쁨이기도 하다.
임데레사 할머니에겐 요즘 뜻하지 않은 걱정이 생겼다. 아직 신자들이 많지 않은 원곡지역 주민들의 오해로 양로원 설립인가를 받는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예수님의 뜻이기에 멀지않은 시일 안에 신앙의 불모지 원곡땅에도 1백배의 열매가 맺히리라는 희망을 노부부의 굳센 믿음에서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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