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막을 내렸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단독회담에 이어 확대회담을 열고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회담이 복합적인 이유로 사실상 결렬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려던 남·북·미 구상에는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행히 양국 모두 평화를 위한 대화를 이어갈 의지는 드러냈다.
교회 안팎의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진단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성기영(이냐시오)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을 ‘긍정적인 하나의 진통’이라고 평가했다. 성 책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이라는 표현 대신,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는 강한 암시를 하고 떠났다”면서 “향후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타결된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하나의 디딤돌과 교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국이 비핵화의 정확한 정의에 대해 기탄없이 얘기했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험난한 북미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이번 회담에서 평화를 위한 교회의 사명을 재확인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강주석 신부는 “정치인들은 정치적인 이익에 따라 움직이므로, 평화를 이루기 위한 그들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교회는 한반도의 현실 안에서 그리스도의 평화가 어떤 의미인지 함께 성찰하고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은 회담 당일인 2월 28일 오후 7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3·1운동 100주년 기념미사에서 한반도와 전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베트남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기도하자”면서 “참된 평화가 우리나라와 세계에 임하도록 우리가 더욱더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