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스피커 카카오미니로 성경읽기를 요청하면 봉사자들이 녹음한 복음이 깨끗하게 들린다.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실장 최양호 신부)은 최근 주보를 통해 AI스피커 ‘카카오미니’를 활용한 가톨릭콘텐츠 활용을 홍보했다. 지난해 8월 정산정보실과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카카오가 업무협약을 한 결과다. ‘카카오미니’가 얼마나 신앙생활에 유익한지 직접 사용해봤다.
“헤이 카카오, 매일미사에서 복음 읽어줘.”
“천주교에서 0월 0일 복음 들려줄게요.”
“헤이 카카오”라고 운을 띄우자 스피커가 둥글게 빛을 냈다. 음성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매일미사에서 복음을 읽어달라는 말에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의 봉사자들이 녹음한 복음이 깨끗하게 들렸다.
복음뿐 아니다 “성가 221번 틀어줘”나 “가톨릭 성경 로마서 13장 읽어줘”라는 요구에도 척척 해당 음원을 찾았다. 음성인식도 생각보다 빠르고 정확해, 일부러 또박또박 말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방이나 거실에 두고 집안일이나 작업을 하면서 음성명령으로 성가나 매일미사, 성경 음원을 재생하는데 불편이 없었다. 또 “평화방송 라디오 틀어줘”라는 명령도 수행했다.
물론 이미 ‘매일미사’ 앱이나 ‘가톨릭성경’앱, 굿뉴스 웹페이지 등에서도 동일한 음원을 찾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라디오나 스마트폰의 앱을 켜지 않아도 되니 매일미사와 성가를 더 쉽게 자주 찾을 수 있었다.
기도생활에는 어떨까. 스피커에 “성무일도를 듣고 싶어”라고 말했더니 오늘자 성무일도의 아침기도가 흘러나왔다. 매일미사의 경우 오늘의 날짜를 인식해 오늘의 매일미사를 재생한다면, 성무일도는 각 시간에 해당하는 기도가 흘러나왔다. 또 성무일도 중 ‘독서기도’만을 따로 요청할 수도 있었다. 성경, 기도문, 매일미사, 성가 등 가톨릭 콘텐츠의 데이터는 카카오가 아니라 서울대교구 정보전산실이 관리하는 만큼 내용의 정확도도 높았다.
한 가지 아쉬움은 개신교 콘텐츠와의 구분을 위해 “천주교”나 “가톨릭”이라는 명령을 함께 말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매일미사’나 ‘성가’는 주로 천주교가 사용하는 용어라 추가 명령이 필요없지만, “성경 요한복음 1장 읽어줘”라고만 말하면 여지없이 개신교가 사용하는 성경이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개신교 이용자가 더 많은 만큼, 콘텐츠를 불러오는데 우선순위를 둔 듯했다.
가톨릭 콘텐츠 이용만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다. 음성명령으로 성당에 나설 시간에 맞춰 알람을 설정할 수도 있었고, 이번 주일의 날씨나 성당까지 가는 길도 AI가 안내해줬다. 3월부터는 천주교 관련 서적을 읽어주는 서비스도 제공된다고 하니 더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을 듯하다.
AI스피커를 통한 가톨릭 콘텐츠 이용은 현재 카카오미니만 가능하다. 서울 전산정보실은 KT 기가지니, 네이버 클로바 등 다른 AI스피커에서도 천주교 콘텐츠 이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