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 교회도 모바일 사목에 앞장선다
현대인 삶의 방식에 맞춰 어디서나 신앙에 ‘클릭’
누구나 교황과 기도할 수 있는 ‘클릭 투 프레이 앱’ 개발·배포
모바일 통한 소통 중요성 강조
‘매일미사’ 앱 점유율 45% 달해
성경·성무일도 등 신앙생활 도와

■ 태블릿을 꺼내든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20일 바티칸 성 베드로광장에서 열린 삼종기도 후 태블릿을 꺼내들었다. 바로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교황과 함께 기도할 수 있는 모바일 앱(Application) ‘클릭 투 프레이(Click to Pray)’를 소개하고 직접 시연하기 위해서다.
‘클릭 투 프레이’는 교황 친위의 기도 단체 ‘기도의 사도직’이 개발한 앱이다. 신자들은 앱을 통해 교황이 매월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지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클릭’으로 그 기도에 동참했음을 알리고, 온라인상에 자신들의 기도를 공유할 수도 있다. 이 앱을 통해 355만5318명이 교황의 기도에 함께했다고 ‘클릭’했다.
이날 교황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우리 시대의 자원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락하고, 가치와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표현할 수 있다”고 모바일 앱을 통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 기도 앱에 교회의 사명을 위한 기도의 의도와 요구 사항을 담을 것”이라며 “앱을 많이 다운로드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해주길” 당부했다.
교황청은 이미 ‘클릭 투 프레이’ 외에도 다양한 앱을 개발·배포하며 모바일을 통한 사목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7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을 5개 국어로 통역해주는 앱 ‘바티칸 오디오(Vatican Audio)’를 선보였고, 1월에는 사제들이 복음을 묵상하고 강론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클레루스-앱(Clerus-App)’을 내놓기도 했다.
■ 현대인의 삶에 깊숙히 파고든 모바일
이처럼 교회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신앙에 ‘클릭’할 수 있는 다양한 사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모바일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모바일 앱은 한 집단이나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환경을 찾아다니는 현대인의 특성에 맞춰 신자들에게 익숙하고 편한 방식으로 복음을 전하기에 유리한 수단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모바일 기기 사용자는 50억 명을 넘었다. 세계인의 약 65%에 달하는 수다. 모바일기기는 단순히 연락수단을 뛰어넘어 SNS를 통한 소통과 교육, 쇼핑, 취미 등의 생활이나 업무에 이르는 삶의 모든 영역에 걸친 만능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인구 대비 휴대전화 보급률이 100%에, 스마트폰 구매자 비율이 95%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모바일기기는 그 사람의 신분을 증명하는 수단이기도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월 20일 삼종기도를 주례하며 태블릿을 이용해 교황 기도지향 앱 ‘클릭 투 프레이’를 시연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한국교회의 발빠른 모바일 사목 전개
이런 추세 속에 한국교회 역시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그중 이번 제작 10주년을 맞아 개편된 ‘매일미사’ 앱은 한국교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톨릭 앱이다. 국내 가톨릭 관련 앱 중 45%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는 이 앱은 미사 시간대에는 동시 접속자가 2000명을 넘어선다. 평균적으로 한 성당에서 2명 정도는 미사시간에 ‘매일미사’ 앱을 활용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실장 최양호 신부)은 아직 국내에 스마트폰이 공식적으로 도입되지 않은 2009년 ‘매일미사’, ‘성경’ 제작을 시작으로, 신자들을 위한 다양한 앱과 ‘사목수첩’, ‘성무일도’ 등 성직자들 위한 앱을 만들어 배포해왔다. 2014년에는 모바일기기를 활용한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비콘(Beacon)을 국내 최초로 주교좌명동대성당에 상용화시켜 주목받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뿐 아니라 여러 교구와 기관·단체에서도 모바일 앱을 개발해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있다. 2016년에는 가톨릭신문이 모바일로 교회 소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가톨릭e신문’ 앱을 출시했고, 2017년에는 서울 민족화해위원회가 ‘내 마음의 북녘본당’ 앱을, 2018년에는 부산교구가 ‘가톨릭부산’ 앱을 배포했다. 한국·서울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수원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등도 앱을 통해 평신도 신앙생활 활성화와 소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클릭 투 프레이’처럼 활용할 수 있는 기도나눔 앱 ‘기도의기적-Miracle of Prayer’를 개발해 서울대교구에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교구가 사목행정시스템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업시스템’과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그룹웨어도 개발되고 있다. 이 그룹웨어가 적용되면 교회행정업무의 상당부분을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게 돼 앞으로의 모바일 사목도 기대된다.
그러나 모바일 사목에 관한 관심이 저조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더 효과적인 모바일 사목을 위해서는 다양한 가톨릭 콘텐츠를 모바일에 적용 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화시키고 모바일 세대의 감성과 편의에 맞도록 재구성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일례로 성지, 박물관 등에서 이용 가능한 증강현실(AR) 성지해설 앱이 개발됐지만, 콘텐츠 가공이 이뤄지지 않아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장 최양호 신부는 “이제 현대인에게 모바일기기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감각기관이나 다름없다”면서 “현대인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신앙을 위해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모바일 사목이 아닐까 한다”며 모바일 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