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참사 10주기를 맞아 1월 20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거행된 추모미사에서 ‘용산4상공철대위’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국가가 못하면 시민들의 양심이 인권을 지키고 연대의 손을 뻗쳐야 합니다”
용산참사 10주기를 맞아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나승구 신부)는 1월 20일 오후 5시30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대강당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빈민사목위원회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거행했고 이강서 신부(서울 삼양동선교본당 주임)가 주례를, 나승구 신부가 강론을 맡았다. 이날 미사에는 용산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들,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와 진상규명위원회 회원들, 신자들과 일반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주례를 맡은 이강서 신부는 용산참사로 희생된 5명의 이름을 부르며 “다시는 용산참사 같은 비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자”며 미사를 시작했다.
나 신부는 강론에서 “오랜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이 폐허를 맞이한 것처럼 아직도 유가족과 철거민들의 아픔은 멈추지 않았다”며 “돈 때문에 가족과 이웃을 저버리지 않고 헌신과 사랑, 연대의 물을 물독에 채운다면 하느님께서 잔치에 마땅한 포도주로 변화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오늘은 이렇듯 함께 꿈을 꾸는 날이며 한 걸음씩 내딛는 날이다”고 덧붙였다.
미사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함께해 주길 교회와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유가족 전재숙씨는 “어려울 때 신부님과 신자들이 함께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며 “10년이 돼도 이뤄진 것은 없지만 신부님, 동료들과 함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과 용역들의 폭력에 맞서며 남일당 분향소를 지킨 ‘용산4상공철대위’도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용산참사 당시 위원장이었던 이충현씨는 “1명의 특공대원까지 포함해 6명이 희생된 용산참사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평범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를 이뤘다고 했지만 2009년 용산참사로 국가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면서 “국가가 못한다면 시민들의 양심이 보호막이 돼 생존권과 인권을 지키고, 아파하고 있는 유가족과 철거민들에게 연대의 손을 뻗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빌딩에 망루를 세워놓고 용산 재개발 구역 철거에 반대하던 철거민 32명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시위대 5명과 경찰 1명이 희생됐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