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이라도 그만둘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다. 그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동안 성당일에만 마음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몸에 젖어온 성직자·수도자에 대한 존경심과 순명정신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평신도로서 전적으로 ‘하느님의 일’을 수행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슴에 가득 가지고서도 현실적인 삶을 뒷받침해줄 보수가 턱없이 낮아 비교적 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사무장직에서 36년 동안 오로지 순명정신으로 묵묵히 ‘교회의 머슴’ 생활에 충실해온 전(前) 전주교구 전동본당 사무장 방준철(요셉·62세)씨. 그러한 그의 전력(前歷)이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존경과 선망을 받을만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위의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낮은 보수에 따른 생활의 어려움에도 불구, 그가 사무장직을 아무런 잡념 없이 몰두해 올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내 고명순(아네스)씨의 내조가 또한 큰 몫을 했다.
당시 전동성당 남자 청년회 ‘돈보스꼬회’에서 열심한 활동을 하고 있던 그는 여자청년회 ‘데레사회’의 열성회원이던 그의 아내와 자연스럽게 접촉, 친해질 수 있었다.
성당일을 핑계(?)로 한 잦은 만남은 사랑으로 무르익어 갔고, 자유연애가 다소 어려웠던 그 시대에 수도자의 삶을 지망하고 있던 그의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는 결혼에 성공하고 향후 ‘교회의 머슴살이’로 정착할 수 있는 발(?)을 마련했다.
“생활이 어려워도 물질에 대한 욕심없이 살아온데 대해 아내의 공헌이 참으로 큽니다. 아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어찌 말로 할 수 있겠습니까”
이같이 사랑과 희생으로 이뤄지고, 하느님의 일을 수행해온 그의 가정에 성직자가 탄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가 누구보다도 남부럽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4남4녀의 자녀 중 둘째아들을 사제(방의성 신부·현재 페루선교사목)로 키웠다는 것.
36년 동안 사무장직을 수행해 오면서 그는 참으로 잊을 수 없는 숱한 일화와 함께 오늘날 신앙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매년 교무금 책정 때만 되면 서글퍼질 때가 많습니다. 형편이 충분히 될 것 같아도 조금이라도 깎으려 드는 부자(?)들이 있는 반면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후한 사람도 있는데 인색한 부자들이 더 많아 속상할 때가 많았습니다”
성당에서 일을 보다 보니 갑작스럽게 대부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그의 대자녀는 유아세례자를 포함 7백60여명에 이르고, 혼배증인을 서준 것은 헤아릴 수가 없다.
“대부모·자녀관계는 끈끈한 신친관계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쩔 수 없이 형식적으로 대자를 많이 둬서 걱정될 때가 차마 많습니다. 이같이 그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하느님의 일이 보다 참되게 교리에 따라 수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 대해 사목자들이 깊은 반성을 하고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에 맞춰 삼종기도종을 치기 위해 용변을 참고있다가 3백50kg에 달하는 종줄을 힘껏 당기는 순간 그만 옷을 입 은채로 실례(?)해버려 곤혹을 치를 때도 간혹 있었다는 방준철씨는 전동성당을 거쳐 간 사제들이 묵묵한 사무장 덕분에 신자들과 별다른 충돌없이 편안한 사목생활을 했다는 평가를 들을 때 기분이 제일 좋았다고 술회했다.
최근 몇 년 전에 성체가 도난당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문지기’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치 못했다는 죄책감에 가장 가슴이 아팠다는 그는 하느님 앞에서는 누구나가 ‘당신의 종’이라는 순명정신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 5대째 구교우 집안의 가풍을 면면히 계승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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