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감독 감독 하는데 도대체 무슨 감독이지요?”
무엇이 들어있는지 묵직하게 보이는 한 꾸러미의 짐을 끌고 복잡한 지하철을 오르내리며 숨 가쁜 하루를 보내는 김영걸 감독(안드레아)은 ‘감독답지 않은’ 모양새 때문에 주위로부터 자주 이 같은 질문을 받는다.
영화촬영장에 있어야 할 영화감독이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교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모든 행사에 나타나 카메라 앵글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영걸 감독의 직업은 분명 영화감독이다. 다만 김감독이 영화인으로서 다른 점이 있다면, 교회 교육자료의 기초자료를 만들기 위해 줄곧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각양각색의 행사를 비롯, 교리강론·시설·성지 등 교회와 관련된다싶은 내용은 빠짐없이 영화필름과 비디오테이프에 담아왔다는 것이다. ‘미니아가씨’(68년)를 감독, 일순간 국내에 미니 선풍을 일으키기도 한 영화감독의 자리에서 ‘성체대회’ ‘성인들의 땅’ 등 교회작품을 비롯 교회행사 하나하나를 필름에 저장하는 ‘기록자’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그의 삶은 흔히 세상이 앞세우는 이치에 맞는 ‘계산법’과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이제 말로만 해서는 안 되는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교회가 일반사회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왔지만 이제는 상당히 뒤떨어져 있습니다. 지금은 웬만한 곳은 어디나 비디오가 설치돼 있는데 반해, 교회는 각 매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그 필요성의 시급함에는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교회가 펼치는 제반 일중 귀중한 교육자료가 될만한 것이라면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필름에 기록해온 김감독이 교회 역사의 증거를 저장하는 작업에 ‘계산 없이’ 뛰어든 것은 그의 첫 교회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화 ‘목소리’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비롯된다.
명동성당을 배경으로 6.25 박해사를 그린 영화 ‘목소리’(70년)를 감독·연출하면서 교회 자료를 수집하던 중 교회를 알릴만한 자료라고는 몇 가지 인쇄매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한 상태임을 발견하고, 곧 자료를 만드는 일을 소중한 ‘사명’으로 받아들였다고.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교회작품을 만들어오다 76년부터는 아예 직접 카메라를 둘러메고 현장을 찾아다니기 시작, 영화진흥공사를 사퇴한 이후에는 보다 자유로운 몸이 되어 일에 매진하게 됐다.
지금까지 김감독이 필름에 담아온 내용은 1백50주, 2백주, 성체대회 행사 및 주교, 사제, 부제 서품식은 물론이고 각 수도회·전국 사회복지시설 소개와 국내외 성지순례 그리고 예비자교리 등 신자교육에 활용될 만한 강의와 교리·피정 등 엄청난 분량과 생생한 내용을 기록한 자료들이다.
현재 6개월간의 예비자 교리교육을 촬영, 함께 찍고 있는 교육·강의 테이프와 더불어 이 같은 자료를 공소 등 꼭 필요로 하는 곳에 전달하고 있는 김영걸감독은 덩그마니 무덤만 자리하고 있는 국내의 성지를 아름다운 4계절에 담아냄으로써 성지순례를 떠나는 신자들에게 성지의 의미와 순례의 정신을 깊이 심어주는 성지순례 묵상자료집자료도 촬영하고 있다.
자신의 작업을 이해 못 하는 주위 사람들의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조금씩 짐을 더는 것 같아 그저 반갑기만 하다는 김영걸 감독.“좋아서라기보다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한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그의 말의 의미는 서울 남성 제41차 꾸르실료 수강 10주년 기념지에 실린 아내 김억순씨(엘리사벳)의 글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아이들 아빠는 전국 어디서건 교회행사가 있으면 기재를 들고 나가 기록해 놓기에 바쁘다. 그렇다고 교회에서 경비를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다. 한 번씩 움직일 때 마다 어려움도 적지 않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나 명예적으로나 실속이 없는 일은 잘 하려들지 않건만. 집을 수리하려고 짐을 꾸리다 보니 살림은 많지 않으나 아빠가 그동안 수집한 자료가 두 트럭분이나 되었다. 많은 노력과 자본이 든 자료건만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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