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TV 드라마나 소설 줄거리의 광맥은 한마디로 한국천주교회사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1백3위 성인의 일생을 더듬어 보면 세계 최대의 작품이 족히 나오고도 남지요”
‘벤허’ ‘퀘바디스’ ‘왕중왕’ ‘나자렛 예수’ 등 전세계인의 가슴에 감동의 불을 질러놓은 텔레비전·영화의 작품들이 모두 가톨릭교회와 관련 있음을 상기시키는 전세권(모세·52세)씨.
한국방송공사 텔레비전 본부 (드라마)제작위원인 전세권씨는 새해 벽두 그가 10년의 세월을 바쳐 취재해온 ‘황사영백서’ 실타래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황사영백서의 진본(眞本)을 찾아서 배론에서 바티칸까지 더듬어 올라간 자신의 취재기를 토대로 써내려간 소설 르뽀르따츄 ‘피의 증거’가 바로 그것.
우리나라 텔레비전방송사상 최초의 주말연극으로 자리 굳혀진 ‘결혼행진곡’을 창안·기획·연출하는가 하면 ‘바람과 구름과 비’ ‘산유화’ 등 수천편의 TV드라마를 제작, 국내에서 가장 많은 드라마를 연출한 연출가로 알려진 그가 유달리 ‘황사영백서’에 남다른 집념을 가지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정부의 대대적인 언론 통폐합이 자행됐던 1980년.
당시 TBC(동양방송) 드라마 연출가로 몸담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KBS의 프로듀서가 돼버린 그의 방송국 생활이 그 이유를 잘 천명해준다.
“언론이 통폐합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진실은 어떠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부활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부르짖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한 순교자와 방송 민주화를 외치는 한 연출가를 접목시켜 봄으로써 우리나라의 방송 민주화와 더불어 한 문명 순교자의 진실을 밝혀보고 싶었습니다.”
방송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재삼 다짐하는 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진실은 반드시 부활한다는 진리를 드러내는 ‘증거자’의 입장이 되어 ‘피의 증거’를 쓰고 있다고.
지난 81년, 황사영이 백포(白布)위에 1만3천3백11자를 기록했다는 배론성지의 토굴과 그 탁본을 접하면서 전세권씨의 황사영백서에 대한 집념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백서의 진본은 어디에 있을까? 진정 한국에는 없단 말인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 의문점을 풀기위한 대장정은 황사영백서 진본의 행적을 알만한 한국교회내 수많은 성직자들의 고증을 거쳐 89년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서 마침내 그 진본을 발견하는 감격적 인간을 맞게 된다.
15년 근속사원에게 주어지는 황금같은 3주 휴가를 이용, 상업은행의 3백만원 적금식 대출을 받아 어렵사리 떠난 로마행이 참으로 귀한 결실을 가져다 준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오자 그는 황사영의 부인 정난주(마리아)의 유배지이며 그녀의 묘가 있는 제주도를 찾았고, 곧바로 유배도중 몰래 아들 황경헌을 바구니에 담아 강물에 띄워 보내 다다른 추자도로 직행, 그의 취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정난주 마리아의 아버지 정약현의 생가가 있다는 마재로 향했습니다. 그 곳에는 이벽성조가 이승훈에게 세례를 받았던 마재강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양수리 수원지가 되어 서울시민의 식수원이 됐더군요”
그리스도의 복음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해진 마재의 강물이 1천만 서울시민의 젖줄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 그저 감격스러울 따름이었다는 전세권씨는 “은총의 강물을 먹고 사는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지난해 심의위원실로 파견근무를 받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집필에 들어간 그는 올해 초 막혔던 글이 풀리기 시작, 현재 작품의 10분의 1분량인 원고지 1백50매의 글을 써 놓고 있는 전세권씨의 작품 ‘피의증거’는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피의 증거’는 한 텔레비전 드라마 연출자가 방송 민주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찰서 보호실에 갇히면서 첫 장을 연다. 애국자냐 역적이냐의 갈림길에서 지금까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대역죄인의 몸으로 죽어간 한 순교자가 드라마 연출가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상화돼가는 소설의 내용은 마지막 순간, 철창속의 연출가가 석방을 맞고 곧바로 순교자 황사영을 드라마에 옮기면서 막을 내린다.
황사영 백서를 찾아서 10년의 세월을 바쳐 배론에서 바티칸까지 샅샅이 훑어온 전세권씨는 지난 84년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기념으로 유중철·이순이 동정부부의 동정허원을 극화한 연극 ‘하늘에 꽃 피우리’와 KBS에서 방영된 ‘조선백자 마리아상’을 연출했던 마음으로 소설 ‘피의 증거’에 삶과 영혼의 이야기를 그대로 그려보겠다고 밝히면서 올해 최대의 망은 책의 출판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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