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에도 평신도들은 각계각층 전문분야에서 한해를 살 것이다. 그것은 우리 한국교회가 우리사회 구석구석에서 살고 있는 셈이 된다.
평신도는 세상복음화의 첨병이다. 평신도들이 각기 전문분야에서 ‘최고’ ‘최선’의 삶을 살 때 한국사회의 복음화는 앞당겨질 것이다. 본보는 새해를 시작하면서 각기 전문분야에서 ‘최고’를 달리는 평신도 전문인들을 소개한다.
맡은 분야에서 최고 전문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평신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또한 차제에 평신도 전문인에 대한 교회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를 촉구해 본다. “이국땅에까지 가서 배워 온 파이프오르간 수리기술로 교회를 위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독일에서 2년 과정의 ‘오르겔 슐레(파이프오르간 전문기술학교) 게젤라과정(석사과정)’을 정식으로 수료하고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1일 귀국한 김준수(39세·바실리오·서울 해방촌본당)씨의 새해 소감이다.
독일 남부지방 바이에른주스튜더 가르터시 소재 오르겔슐레의 게젤라과정은 원래 3년 과정이지만 김바실리오씨의 경우 국내에서 8년여 동안 악기업계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 유경력자로 인정받아 2년 만에 모든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독일연수를 다녀와 국내 파이프오르간 전문기술자 제1호를 기록한 김씨는 “전국 어느 본당이든지 파이프오르간을 새로 도입 설치할 때 요청만 한다면 자문에 응할 각오”라며 교회를 위해 일하겠다는 자세를 거듭 밝혔다.
이같이 김바실리오씨가 교회를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2년전 독일로 떠나기 앞서 빈첸시오회 전국도 김정남 신부를 도와 ‘가난’에도 적극 참여했던 빈체시안으로서 뿐만 아니라 독일연수를 떠나게 된 배경에서부터 유래된다.
성신고교 37회 졸업생으로 소신학교출신인 김씨는 악기업계에 종사하던 87년 8월경 로마유학중 휴가차 일시 귀국한 소신학교 동기생 정의철 신부 (현재 가톨릭대 교수)를 우연히 만남으로써 독일연수길에 오를 수 있었다.
이때 “악기업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우리 교회에 파이프오르간 전문기술자가 아무도 없다. 독일뿐인데 갈 수 있는 길이 없다. 도와 달라”는 내용의 부탁을 김씨로부터 받은 정신부는 그 후 독일현지로 날아가 함부르크 한인성당 송순영 신부와 문수녀에게 김씨의 유학길을 의뢰하게 됐다.
이후 88년 5월경 초청장을 받고 89년 1월 부인과 두아들을 서울에 남겨둔 채 독일로 떠난 김씨는 6개월 동안 어학공부 후 89년 6월 명동성당의 파이프오르간을 제작했던 독일 중부지방 카셀지역 소재 보쉬회사에서 일을 하며 파이프오르간 제조 전문학교에 입학, 소정의 과정을 수료하게 된 것이다.
성직자를 통해 전문기술을 습득, 마이스터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는 제자기술을 제외하고는 파이프오르간의 설치·설계·조율·수리기술까지 모두 섭렵한 김씨로서는 “기회가 닿는 대로 교회를 위해 일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김씨가 귀국직후인 11월 4일경부터 3일 동안에 걸쳐 서울 삼각지성당의 파이프오르간을 손본 것도 같은 취지라는 것.
그런데 파이프오르간은 아연과 납성분으로 구성돼 있어 날씨가 추우면 줄어들고 더우면 늘어나 ‘음’이 변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3월과 9월경 연중 2회정도 정기점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교회 내에서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하고 있는 곳은 명동대성당을 비롯, 서울 혜화동·중림동·삼각지성당을 비롯, 부산 중앙성당과 대구 포교 성베네딕또 수녀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교회바깥으로는 국내 최대, 세계 5번째 규모의 파이프오르간을 보유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을 비롯, 연동소망교회와 연세대·단국대 등 일부 개신교 교회 및 대학들에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해 놓은 이들 국내 각 시설·교회들은 그동안 파이프오르간 수리 및 점검을 비싼 수리비를 들여 외국인기술자에 의존해 왔으나 제때 부를 수 없었던 불편을 겪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귀한 기술을 습득해 온 김씨에게는 요즈음 악기전문회사에서 계속 스카우트 제의를 해오고 있으나 특정회사에 전속될 경우 교회가 필요로 할 때 움직이기가 힘들 것 같아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해 오고 있는 상태다.
한편 김씨는 독일체류 2년 동안 파이프오르간 기술뿐만아니라 국내경력을 살려 ‘음향(마이크)기술 전문학교(톤테슈닉 슐레)’의 1년 과정을 수류, 음향 조성·설계·녹음기술도 습득했다.
파이프오르간을 조율하고 수리할 때의 김씨 모습을 구도자의 기도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김씨의 1991년은 “자리가 잡힌 이후 언젠가는 「파이프오르간 소개책자」를 펴내 널리 읽히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앞당기는 한 해가 될 것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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