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수네 집은 승원이(3세·가명)가 온 후부터 성탄절이 따로 없다.
아기 예수님이 우리에게 구원의 기쁨을 주러 오신 것과는 결코 비교할 순 없지만 승원이도 승수네 집에 온 또 다른 아기 예수이기 때문이다.
무럭무럭 자라며 날마다 재롱이 늘어가는 아기 예수, 승원이는 만민의 아기 예수처럼 승수네 집에 더할 수 없는 기쁨과 화목을 가져다주고 있다.
승원이가 승수네 집에 온 것은 지난 92년 9월이었다.
승수(13세)의 엄마 김경희씨(40·체칠리아)가 ‘사랑의 부모’를 자처해 이제 막 돌박이인 승원이를 성가정 입양원(원장 김영화 수녀)에서 데려왔다.
“사랑의 부모는 가정형편상 고아 아닌 고아가 돼야하는 어린 아이들을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의 친자식처럼 키워주는 역할이에요. 그러다 친부모의 형편이 좋아지면 가정으로 되돌려주는 일종의 시한부 부모이지요”
승수 말고도 찬영이(15세) 승찬이(17세)등 3남매를 둔 김씨가 아무리 ‘시한부 부모’라지만 사랑의 부모를 결심한 것은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보속이 아니었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막둥이 승수도 거의 다 커서 숨을 돌릴 무렵, 김씨에겐 새 생명이라는 은총의 선물이 보내졌으나 육신의 고통이라는 한순간의 유혹은 생명을 버리는 ‘대죄’를 짓게 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여성들이 이런 큰 죄를 짓고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반면 신앙인이라는 이름을 가슴속 깊이 새겨왔던 김씨에겐 끝없는 참회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결국 그는 자신의 보속으로 형편이 어려운 어린 생명을 부모처럼 돌봐주는 일, 그래서 영원히 흩어질 위험에 처한 가정을 지켜주는 ‘사랑의 부모’로 나서겠다고 하느님과 굳은 약속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결심을 하고서도 결코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첫 발을 딛는다는 것에 누구나 두려움과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되잖아요”
어린아이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세 아이의 엄마 김씨는 그러나 승원이를 자신의 죄를 씻어줄 보속으로 기쁘게 받았다.
몸도 연약한데다 가정살림, 성당 반주 봉사, 피아노 선생 등 너무나 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김씨가 또 갓난아이의 엄마가 된다고 했을 때 남편 신중석(43세·임마누엘)씨는 반대를 했다.
“그러나 승원이가 오자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우리 가정이 가진 것을 승원이에게 주려고 부모가 됐는데 오히려 승원이에게서 얻은 것이 너무 많아요”
한밤중에 일어나 우유를 줘야하고 자주 업히기를 좋아하는 승원이 때문에 몸무게가 4kg이나 줄었던 김씨는 그러나 새삼 아이 키우는 재미가 어떤 것인지, 생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 좋은 시간들이었다고 말한다.
어리광만 피우던 자녀들도 승원이가 온 후 태도가 달라졌다. 뒤늦게 얻은 동생을 서로 봐주려고 다툼을 보이지만 승원이의 똥기저귀만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던 승수와 찬영이, 승찬이도 엄마가 안 계시는 동안 승원이의 똥기저귀를 치우며 함께 ‘사람의 송가’를 부를 만큼 가족간의 사랑이 얼마나 진한 것인가를 배우기도 한다.
“승원이와 함께 늦게까지 낮잠을 자고 일어나도 그 시간이 얼마나 보람되고 기쁜가는 사랑의 부모만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일거예요. 현재 10여 명이 넘는 사랑의 부모들은 서로 만나 이런 기쁨들을 얘기하지요”
승원이를 애지중지 키워온 지 벌써 1년, 이젠 승원이가 김씨의 친자식인줄 아는 사람이 더 많다. 언젠가부터 승원이도 사랑의 부모, 아니 ‘사랑의 가정’과 모습을 점점 닮아가고 있다.
“돈으로 하는 봉사는 늙어서도 할 수 있지만 사랑을 나누는 봉사는 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김씨와 그 가족들의 사랑삼기는 “승원이가 친부모에게 돌아간 뒤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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