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고해성사를 집전하다 보면 본당에서 경험할 수 없는 진지함과 눈물겨운 회개에 함께 부둥켜안고 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무죄를 신부님만큼은 알아 주셔야 한다며 하소연하는 이도 적지 않다.
대략 6개월 전부터 상담을 해오고 있는 한 여성 재소자가 있다. 이 여성의 죄명은 남편살인죄로써 공범인 남자와 함께 구속된 여성이다. 처음부터 워낙 자신이 지은 죄를 완강히 부인하기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외면상으로 드러난 범죄현실에 대해서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뜻하지 않게 공범인 남자를 만났다. 그런데 어인 일인가? 공범인 남자는 처음부터 눈물석인 어조로 그동안에 있어왔던 사건 전모를 얘기하면서 함께 공범으로 되어있는 그 여성은 전혀 죄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가? 오히려 자신이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 여성과 죄 없는 자녀들만큼은 죽이게 할 수 없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교도소 담벼락 안에 갇혀있음 보다 더 큰 고통은 허위자백으로 말미암은 자기 양심의 철창임을 깊이 깨달은 듯 싶었다. 그런데 그 남자의 진술과정에서 커다란 슬픔을 자아내게 했던 것은 국가 하급기관에서의 비리사실과 협박을 근거로 한 조서과정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국가 공직자들의 노고와 헌신적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순간적으로 분노를 느끼게 했음은 사실이다. 그런데 현실은 두 분 다 1심과 2심 재판이 끝나고 대법원의 최종판결만이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더욱더 애만 탔다.
현재는 주위분들과 함께 일을 처리해 가고는 있지만 이 추운 겨울 자녀들 생각에 잠 못 이룰 한 여성의 억울한 아픔을 어떻게 달래볼 것인지 아무리 궁리해 보아도 묘안이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아 괴로울 뿐이다. 범죄자의 범행은 마땅히 법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만약에 법의 질서를 집행해 가는 공직자들에 있어 만에 하나라도 인간적인 탐욕과 명예욕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그것도 법의 울타리 안에 은폐되어지고 공개되지 않은 채 저지른다면 그 엄청난 죄는 누가 심판할 것인가? 물론 심판은 법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에게도 양심은 있기에 말이다. 만약에 그러한 공직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의 가엾은 영혼 구령을 위해 오히려 전심으로 기도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