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어린이돕기 바자가 열렸다. 아이들이 제일 기뻐했다. 보지도 못하고 가보지도 못했지만 TV나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참상을 보고 돕고 싶은 마음이 아이들을 사로잡았다. 우리 돈 천원이면 소말리아 어린이 일주일은 살 수 있다는데 얼마나 먹지 못하고 굶주렸으면 저렇게 마를 수 있을까? 용돈을 모아 저금한 저금통을 너도나도 들고 학교에 왔다.
오늘 하루 도시락이 없는 날로 정해놓고 바자에서 파는 음식을 사먹기로 했다. 여기에서 모은 금액을 소말리아 어린이에게 전할 계획이었다.
우리 수녀님들도 맘껏 쓰고 도우라고 원장님께서 천원(?)을 주셨으니, 돈을 받아들고 이곳저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기쁘고 보람된 날이었다.
나의 천원으로 불쌍한 어린이 일주일을 살게 한다는 생각은 모든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깨우침을 안겨주었다. 그동안 돈의 씀씀이를 함부로 하거나 잊어버린 물건을 찾지도 않고 새로 사기만 하던 나쁜 습성이 부끄럽다는 거였다. 편식을 하거나 음식 짜증이 심한 아이들은 소말리아 어린이 편에 서서 무엇이나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 법을 다시 한번 체험하는 순간들이었다.
어제까지도 나만 위하던 이기주의가 한겹씩 양파껍질 벗기듯 벗겨대는 작업들을 해보면서 이제 남을 위하는 값있는 마음가짐도 가졌다.
6·25사변 당시 우리는 많이 굶주렸다. 자유 우방국가에서 우리나라를 도와준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농사를 짓지 못해서 논에 무성히 자란 피를 훑어다 볶아서 죽을 끓여먹고 자란 기억이 되살아난다. 당시 나는 어린이라 죽산 시골 일가집에 맡겨졌는데 군산에서 집을 지키고 계신 어머니가 보고 싶어 죽기 각오하고 백 리도 훨씬 넘는 길을 무작정 걸었다. 지치고 무섭고 배가 고팠다. “얘야, 어딜 가느냐? 배고프지? 이걸 먹어라” 어떤 낯선 아저씨가 내민 고구마 한 개가 주검처럼 지친 나를 살려냈다. 작지만 고마운 손길이 한 아이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제 우리는 도와주었던 사람들께 감사드리며 작은 손길이나마 우리도 남을 돕게 됨을 또 한 번 감사하고 한 아이라도 더 살려내려는 열성을 보여야겠다. 3천여 명의 아이들이 하나로 뜻을 모은 뜻깊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