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림동 본당 장길호(요한 보스코·31세)씨는 악몽같은 87년 7월29일을 잊을 수 없다.
금형공장인 서울 HS주식회사에서 근무하던 그가 기아자동차 계열회사인 반월공단 서해공업사에 트라이공정 출장을 나갔다가 서해공업사측 근로자의 부주의로 뒤에서 프레스 스위치를 눌러 오른손가락 3개가 절단되고 오른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불구가 되고만 것이다.
‘무수부 악개 손상’으로 노동부 산재장해등급 6급과 일반지체 장해등급3급을 판정받은 장씨는 전신마취를 4번씩 하는 대수술을 6번이나 받는 등 산재로 2년6개월여의 병상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장씨의 슬픔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서해공업사가 근로자의 부주의란 이유로 산재보상을 거부한 것이다. 장씨는 노동부의 산재보험 보상 기준에 대한 일당 1만8천원을 쳐 산재장해등급 6급에 해당하는 6백70일분 1천2백만원을 일시불로 지급받았으나 생계 대책은커녕 치료비와 약값에도 부족한 터였다.
이에 장씨는 서해공업사를 상대로 민사상 배상소송을 청구했고 고등법원까지 가는 1년6개월의 지루한 투쟁 끝에 승소 3천만원의 보상금을 지급 받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재판 경비를 빼고 그간에 이곳저곳 빚진 것을 갚고 보니 남은 것은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과 허무뿐이었다.
생계를 이어갈 길을 찾으면서도 자신과 같은 수많은 산재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익도 보호받지 못하고 좌절해 있을 것이라 생각한 장씨는 88년 노동사목자 도요한 신부의 도움으로 ‘산업재해 노동자 협의회’를 산재근로자와 함께 창설했다.
생계를 위해 커피체인점에 커피재료를 공급하는 배달원으로 일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산재피해자들을 찾아 나서는 장씨는 “그들이 다시 정상인과 같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산재재활센터’와 ‘산재연구소’가 세워지는 것이 가장 큰 꿈이요 희망”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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