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그것도 가족에게 가족으로서의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주교님께서 상을 주시니까 왠지 어색하고 부끄럽습니다. 이젠 하늘을 쳐다 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수원교구 연령회 연합회가 11월6일 주최한 효행상 수상식에서 김남수 주교로부터 효부상을 받은 안순례(벨라뎃다·수원교구 목감본당 48세)씨는 “이 상이 6년째 중풍으로 누워계시는 시어머님께 좀 더 잘하라는 하느님의 명령이라 생각하겠다”며 서둘러 식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경기도 시흥시 장상동 126번지의 안순례씨 집에는 이날도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시어머니 이분희(74세)씨가 며느리인 자신만을 기다리며 누워 있기에 더 이상 식장에 머무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9남매의 맏며느리로 회사에서 막노동을 하는 남편 추의정(마리노·51세)씨와 결혼한 뒤 그동안 집안을 세우는 기둥으로서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동생의 병을 돌보면서 21년간의 결혼생활을 지탱해온 안순례씨.
동네에서 ‘살아있는 성모님’으로 불리고 있는 안씨의 인생역정은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모진 고통의 연속이었다.
중풍으로 5년간 병석에 누웠다가 맏며느리인 안씨의 극진한 간호로 기적적으로 얼어났지만 87년에 끝내 혀암으로 사망한 시아버지, 시아버지가 사망하자 곧 중풍으로 쓰러져 87년부터 현재까지 만 6년째 누워있는 시어머니, 정신질환자인 큰 시동생(46세) 그리고 자궁암으로 자궁을 덜어낸 뒤 이제는 갑상선으로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안순례씨 자신.
그러나 한 번도 자신의 처지나 가족을 원망해본 일이 없었다는 안씨는 오히려 몇 년째 누워있는 시어머니가 안쓰러워 친구로 간호사로 딸을 돌보는 어머니(?)처럼 시어머니의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있다.
“시어머니를 성모님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던 날부터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를 돌보는 것이 저에게 가장 알맞은 기도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아버지가 중풍으로 고생할 때부터 3km의 거리를 리어카에 태우고 병원에 다니게 된 것이 시어머니까지 꼭 10년째. 며느리의 지극한 효성을 보아왔던 주위사람들은 그를 두고 “곧 돌아가실 분인데 쓸데없는 고생을 하고 있다”며 숙덕공론을 하고 있지만 안씨는 이런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요즘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병원을 찾는다.
물론 병원을 간다고 병세가 나아지긴 어렵지만 병원을 가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시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시부모 보다 안씨를 더욱 괴롭히고 있는 것은 올해 11년째 데리고 사는 46세의 큰 시동생. 온전치 못한 정신 때문에 결혼은 물론 직장도 가지지 못한 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안순례씨는 설거지를 하고 있다가 등 뒤에서 시동생이 느닷없이 내려치는 몽둥이에 맞아 실신, 간신히 깨어나는 등 시동생이 휘두르는 흉기에 맞아 죽을 고비를 몇 번씩 넘기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 안산시 수암동장이 주는 효부상을 받기도 했던 그는 신앙생활도 모범적이어서 6년간이나 구역반장을 맡아왔고 아들 종원(야고보)이도 성당에서 5년간 복사를 하는 등 안씨를 통해 원래 비신자 집안이었던 모든 가족들이 영세를 하게 됐다.
“소망이 있다면 집이 낡아 외풍이 심한 방에서 시어머니를 따뜻한 방으로 옮겨 드리고 싶고 시동생이 건강해서 한 가정을 이루는 걸 정말로 보고 싶어요” 농사일에 손마디가 굵어진 안순례씨. 그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그저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을 뿐”이라며 “마음의 위안을 주시는 만큼 베풀 상대를 주신 하느님은 참으로 공평하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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