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은 제2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듣고 그들의 필요를 이해하려면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교회도 이날 신자들에게 가난한 이에 대한 사랑실천을 호소했다.
■ 서울대교구 주교들, 각 본당 찾아 관심 촉구
서울대교구 주교들은 11월 18일 교구 내 각 본당을 찾아 주일미사를 주례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우리가 하느님께 받는 은총은 다른 이에게 나눠주기 위한 것”이라며 “얼마나 쌓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나눠주느냐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삶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어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기 위한 은총의 도구”라며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하신 것처럼 서로 사랑하며 복음의 향기를 온 세상에 퍼뜨려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사제들이 11월 18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한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 중 신자들을 위해 장엄강복을 청하고 있다.
염 추기경은 지난 11월 9일 서울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일어난 불로 7명이 숨지는 등 사고가 발생한 일을 상기시키며 “가난한 이들은 바로 우리 곁에 사는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앙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하느님을 위해 희생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대리 손희송 주교는 오후 3시 한강본당,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는 오후 3시 잠실본당, 청소년담당 교구장 대리 정순택 주교는 오전 11시 대림동본당, 중서울지역담당 교구장 대리 구요비 주교는 오후 3시 신수동본당에서 각각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를 거행했다.
■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가난한 이웃 방문
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당일인 11월 18일 어려운 이들을 직접 방문해 난방용품과 식료품을 전달하는 등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실천하는 교회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유 주교는 오전 10시30분 대전 갈마동성당에서 제2회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후에는 가족과 친지도 없이 평생을 홀로 살아온 신○○(헬레나·91) 어르신, 시각장애인 노모를 봉양하며 지체장애인인 막내를 포함한 4남매를 혼자 양육하고 있는 윤○○(55)씨 등 갈마동본당 관할 두 가정을 방문했다. 이 두 가정은 갈마동본당 사회복지분과에서 추천했다.
먼저 윤씨 집을 찾은 유 주교는 “아주 작은 선물을 갖고 왔는데, 번거로움만 끼치는 게 아닌지 죄송할 따름”이라며 준비한 물품을 전달하고 윤씨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이어 땅 주인이 무상 임대 형식으로 제공한 집에 사는 신 어르신을 방문한 유 주교는 거주 환경을 살핀 뒤 “건강하고 편안한 여생이 될 수 있도록, 늘 기도 속에서 안전에 유의하며 생활하시라”고 당부했다. “주교님이 직접 찾아주시고 선물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힌 신 어르신은 “이런 영광을 보려고 하느님께서 지금까지 살게 해주신 것 같다”고 감격해 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운데)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11월 18일 신 어르신(맨 왼쪽) 가정을 방문해 지원 물품을 전달한 뒤 다과를 나누고 있다.
교구는 이에 앞서 17일 오전 11시30분 대전 덕명동성당에서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카리타스 김장김치 및 물품 나눔 행사’를 열었다.
교구 사회사목국이 주관한 행사에서는 113개 본당, 17개 사회복지 시설을 통해 총 801세대에 2억 원 상당의 필요 물품과 김장김치를 나누는 전달식이 열렸다. 사회사목국은 이번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교구 내 전 본당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발굴했다. 본당 사회복지분과위원들이 가정방문을 통해 도움이 요청되는 664세대를 새롭게 찾아냈다. 또 각 세대에서 시급히 필요로 하는 물품을 조사했다. 가톨릭 음악선교단 ‘이사야 53’ 공연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오후 2시 유흥식 주교 주례의 한 끼 100원 나눔 운동 10주년 기념 및 사회사목국 봉사자와 후원자를 위한 감사미사 봉헌으로 이어졌다.
한편 제주교구는 11월 19일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고용삼) 주관으로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와 함께 제주도 내 발달장애인학교 등 3군데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