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요즘 세태속에서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을 위해 몸의 일부를 나눠준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 구로동에 사는 유홍남(프란치스코·37세)씨와 경기도 부평의 신성민(요셉·39세)씨는 세상의 다른 어떤 인연보다도 깊은 애정을 서로 느끼며 살아간다. 왜냐하면 신성민씨의 몸 일부가 유홍남씨 몸 안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9월 15일자 본보를 통해 만성 신부전증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한 가난한 이웃이 신장 기증자를 구하는 애타는 호소가 실렸다. 당시 35세로 초등학교 3학년과 유치원생인 두 아들, 그리고 직장에서의 사고로 오른쪽 손을 못 쓰는 부인을 둔 유홍남씨의 안타까운 사정이 실린 이 기사가 나간 후 11명의 지원자가 연락을 해 왔고, 그로부터 두 달 후 여러 차례에 걸친 각종 검사 끝에 신성민씨가 제공자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고 11월 21일 강남 성모병원에서 내과의사 윤영석씨의 집도로 신장 이식수술을 실시, 두 사람의 깊은 인연이 시작됐다.
수술을 성공리에 마치고 유씨는 사경을 헤매며 온몸을 조이던 그 고통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35년 동안의 외로움과 소외감도 함께 벗어버릴 수 있었다. 살붙이 하나 없는 고아로 자라 신장이식을 부탁할 만한 일가친척도 없었던 그는 11명이나 되는 지원자가 자기 몸을 떼어주겠다고 나선데 놀라움과 함께 가슴으로부터 깊은 감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다. 구로본동본당(주임 정월기 신부) 빈첸시오회는 88년 처음 그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난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그를 지켜보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유홍남씨는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신장을 제공해준 신성민씨와 그의 가족들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했다.
유씨는 아직도 한 달에 한두 번씩 병원에 들러 정기검진을 받는 수고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식한 신장이 지속적으로 정상 기능을 하는 지, 거부반응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검사를 해야 하고 수술 후 나타나는 당뇨 증세를 항상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어 번씩 하루 종일 걸려 투석을 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수술 이전에 비하면 이것은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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