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한 번 가기도 싫어하는 군대엘 두 번씩이나 가게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군종신부들이다. 첫 번째는 신학생 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가는 것이고, 또 한 번은 신부가 된 후 군사목을 위해서 입대하게 되는 경우이다. 소속 교구 주교님의 명에 따라 군선교를 위해 파견되지만 옛날 사병생활의 아픈 추억이 있는 신부들에게는 다시 군인으로 생활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물론 군종신부로 살다보면 사병 때의 군생활 경험이 사목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는 때가 있기는 하다.
어쨌건 군종장교로 임관해 대위 계급장을 달고 다시 군에 발을 들여놓은 신부들은 기본적으로 4년간을 근무하게 되는데, 첫임지는 대개 전방지역이 되며 2년간의 전방생활을 마치면 나머지 2년은 소위 말하는 후방에서 근무하게 된다. 전방생활과 후방생활이 그 나름대로 특색이 있고, 생활모습에 따라 장단점이 각각 있겠지만 아무래도 군종신부들에게는 전방에서의 생활이 더 재미있고, 보람도 더 큰 듯하다. 어려운 여건과 생활환경에서 고생하는 군인들과 함께 하며 그들에게 작은 위로의 존재로 서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나 군종신부 자신들에게나 똑같이 있어야 할 자리임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군종신부들은 4년간의 기본 복무 후 제대하여 원소속 교구로 돌아가게 되는데 군종신부로 살다보면 주위에서 신부들에게 장기복무를 권하는 사람들을 가끔씩 만나게 된다. 전역을 기다리며 사는 군종신부들에게 장기복무를 하라는 말보다 더 큰 욕도 없다는데 신자들은 신부들에게 군대체질이니, 장기체질이니 하면서 군에 계속 남아 자기들과 함께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 역시 장기복무에 대한 권유를 자주 받는 편인데, 그때마다 “나는 장기체질이 아니라 바둑체질입니다”라며 웃어넘기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신자들의 청에 긍정적인 대답을 주지 못하는 마음 한구석엔 항상 미안함이 자리하고 있다.
계급사회라는 군의 특성상 군종신부도 계급이 높으면 활동하기가 훨씬 낫다는 점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군종신부의 장기복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가운데서도 나 아니라도 누군가는 군인들을 위해 있어야 할 자리이고, 또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복무를 하고 있다는 선배 군종신부님들의 용감한 결정에는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장기체질이건 바둑체질이건 모든 군종신부들은 변함없이 여러분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