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주일 저녁 7시, 가락동 성당 주일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은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어우러져 내는 감미로운 선율에 젖어들곤 한다. 윤시중(요셉), 사중(요한) 쌍둥이 형제가 연주하는 묵상곡은 막 영성체를 끝낸 신자들에게 마치 하느님의 부드러운 손길처럼 와닿는다.
이들 형제가 묵상 연주를 시작한지 올해로 4년째, 고3이 되어서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미사에 나가고 있다. 입시준비에 바쁠텐데도 “하느님을 위한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하느님을 위해 매주 2시간 정도 봉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 같지가 않다. 대중가요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는 점이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음악을 하는 것과는 달리 둘 다 이과 계통인 쌍둥이 형제는 초등학교 2년 때 피아노를 처음 시작했다. 5학년 무렵 ‘캐올 윈센스’의 플루트 연주회에 갔다가 그 음에 매료, 형 요셉은 그때부터 플루트를, 동생 요한은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공부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느냐고 하지만 오히려 연주를 할 때면 그렇게 편안해 질 수가 없어요. 스트레스도 확 풀려버리죠.” 모차르트를 좋아한다는 요셉은 수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할 계획이지만, 바흐·헨델의 미사곡에도 큰 관심이 있어 교회(성)음악도 꼭 공부해볼 작정이라고 한다.
이들 형제를 보고 있노라면 “참 잘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신앙에 대한 이해나 가치관은 부모에게서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듯하다. 아버지 윤만근(시몬·51)씨는 오랫동안 라자로마을 운영위원으로, 어머니 김화숙(율리안나·48)씨는 맹인선교회 녹음봉사자로 교회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어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큰 신앙교육이자 삶의 모범이 되고 있다.
요셉·요한 형제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 있다. 그것은 매일 도시락 속에 넣어주는 어머니의 편지를 식사 전에 읽고 묵상하는 것. 편지에는 성서의 잠언이나 지혜서에 나오는 구절과 아들에게 주는 짤막한 글들이 담겨 있다. “편지를 읽으면서 저희들에 대한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지요.” 이러한 정다운 대화는 형제들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사 후에 묵상 연주가 가슴에 와 닿았다며 격려해 주실 때 가장 기쁩니다. 부담감이 없지는 않지만요.”
“누군가의 마음위에 붙지만 도착하면 쓸모 다하고 버려지는 우표처럼”(서정윤 시인의 ‘기도의 편지’ 중에서) 살고 싶다는 요셉·요한 형제는 “깨끗한 영혼으로 하느님의 뜻에 맞갖게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며 해맑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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