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새사제들이 이제 사목일선으로 나서면 신자들로부터 항상 융숭한 대접을 받습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사제직이 갖는 참된 의무를 잊기 쉽습니다. 소공동체 방문활동은 우리가 직접 그들을 찾아 나서고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봉사직을 수행한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 새로 서품을 받은 정연정 신부는 10월31일 경기도 포천에 출소자의 재활을 위해 마련된 ‘바오로 농장’을 향해 신학교 정문을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정 신부는 3개월간의 새사제학교 프로그램의 하나인 소공동체 방문 사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주일 1시간30분가량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포천으로 나선다.
의정부에서 버스로 30분가량 달려 내린 곳이 경기도 포천군 미금리, 논둑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자 10여 마리의 개가 마중나온 주인들과 함께 한꺼번에 정 신부를 반긴다 ‘바오로 농장’은 출소자들이 생활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재활을 준비하는 쉼터이자 생활공동체이다. 이날은 2명이 일을 나가 자원봉사자 2명과 함께 정 신부를 맞았다.
정 신부는 먼저 여기저기서 자기를 반기는 동물들과 손짓발짓으로 인사를 나누고 식구들을 모아 미사준비를 했다. 바람이 좀 세면 무너질 듯한 방안에는 신부님이 온다고 불을 열심히 지폈는지 제법 따스했다. 큰 반상에 흰 천을 깔고 미사준비를 마치고 나서 무릎을 꿇고 나니 마치 우리가 초대교회의 신자들이 된 듯한 신선한 신앙의 감동이 방안을 흘렀다.
미사에 이어 식사를 마친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 신부는 아차 하고 일어선다. 왜냐하면 이날은 오후 4시에 창동본당에서 미사를 집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오로 농장의 식구들은 모두 일어나 함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정 신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모두 볼일이 있다며 문을 나섰다.
정 신부 외에도 다른 대부분의 새사제들이 병원을 방문, 임종을 앞둔 환자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고아원에 가서 어린이들의 삼촌이 되기도 하고 행려자들의 뒤치다꺼리를 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서투른 한국말을 알아듣기 위해 진땀을 빼기도 한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정 신부는 예수와 같이 언제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봉사자로서의 사제직을 살아가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편으론 이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에 대해 보여주는 사랑과 신뢰를 가슴깊이 느끼면서도 얼마 후 본당으로 발령이 나면 지금처럼 매주 방문할 수 없다는 것이 이분들에게 실망을 주지나 않을까 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나는 기도 안에서 이들에 대한 사랑과 의무를 기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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