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한자리에 놓고 해 뜨기 전부터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는 대전 엑스포로 향한 모든 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시멘트바닥에 주저앉아 아침을 간단히 먹는 모습들은 파란 9월의 하늘 아래 축제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9시20분, 드디어 문이 열리는 시각,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인가?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달리는 사람들의 힘찬 경주(?)로 엑스포 관람이 시작되었다.
9월19일은 바티칸의 날이었다. 이날 대축일 경축미사(성 안드레아 김대건과 바오로 정하상과 동료 순교자)는 대 공연장에서 11시30분, 교황 특사 쇼카 추기경과 김수환 추기경 각 교구 주교 등 70여 명 사제가 공동 집전하였다. “인류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과학이 발달되어 왔고, 바티칸의 엑스포 참여도 여기에 근거한다”고 교황 특사 쇼카 추기경은 인사말을 했다. ‘인간의 생명을 위하여 과학기술의 복음화를 위하여’에 지향을 두고 간절히 봉헌기도를 바쳤다.
축제의 분위기가 넘치는 곳곳에서 모든 이가 한 가족 한 식구 같은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는 눈길을 서로 주고받았다.
“수녀님 뒤만 따라다녀야겠어요” 일행을 놓친 몇몇 신자 할머니들이 도우미를 찾기 전의 안타까운 호소였다. 우리 일행도 지구관을 관람하려고 지난번 학생 인솔차 왔던 수녀님 뒤만 빠른 걸음으로 쫓았다. 쫓다가 보니 릴레이식 경주가 되었다. “흰 머리를 놓치지 마라” 흰 수건을 쓴 수녀님들의 구호였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구를 찾지 못하고 뱅글뱅글 돌다가 출발지점으로 되돌아 왔다. “과연 지구는 둥글구나” 우리는 폭소를 했지만 이 세상 안에서 안주하고 살면 과연 제자리걸음뿐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지상을 뛰어넘는 도약, 달나라 별나라를 맛보는 작업이 진지하게 하느님을 찾는 인간의 모습으로 비추어 왔다. “인류의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전 엑스포에 바티칸관을 통하여 현존하시고자 하신…” 목적은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부각되어 왔다. 해 뜨는데서 부터 해 지는 데까지 함께 계시고자 하시는 하느님, 엑스포장의 유한한 시간 안에서 정해진 퇴장 시간까지 뛰면서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다. ‘너희는 무엇을 보러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그런데 사실은 예언자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보았다. … ‘그가 네 갈 길을 미리 닦아 놓으리라’(마태 1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