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북부 이집트인 나일강 하류에는 안토니우스를 중심으로 한 독(獨)수도생활 또는 은세(隱世)수도생활이 성행하였던 반면, 남부 이집트인 나일강 상류에서는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을 하는 회(會)수도생활이 성행하였다. 이 회수도생활을 시작한 분이 바로 성 빠꼬미우스이며, 그를 ‘회수도자들의 아버지’라 부른다. 빠꼬미우스는 290년경 남부 이집트 에스네의 이교가정에서 태어났다. 군대생활을 하던 그는 그리스도인들의 사랑에 찬 생활에 감동되어 개종하였다. 군에서 제대한 그는 314년부터 320년까지 6년간 팔레몬 은수자의 지도를 받으며 데베에서 은수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은수자들이 겪는 영적, 육체적 혼란이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해 몇몇 동료들과 함께 타벤네시스로 가서 공동생활을 시작하였다. 사실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은수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이 새로운 형태의 수도생활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공동체는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빠꼬미우스는 이 공동체의 이름을 ‘참회의 공동체’라 부르고, 공동체의 장상이 되었다. 그리고 수도자들에게 일체의 사유재산을 금하며, 모두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 함께 기도하고 일하며, 장상에게 엄격히 순명하는 규칙을 제정하였다. 빠꼬미우스는 8개의 남자 수도원을 세웠고, 자기 여동생을 위해 2개의 여자 수도원을 세웠는데, 나일강을 사이에 두고 남자 수도원과 여자 수도원을 격리시켜, 성직자가 미사를 드리러 가는 일 외에는 서로 교류하지 못하게 하였다. 수도자들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자, 빠꼬미우스는 타벤네시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빠부라는 곳에 새로운 수도원 집단을 형성한 다음, 타벤네시스와 빠부의 수도원들의 연합체의 최고 장상이 되었다. 생전에 남긴 그의 모범과 훌륭한 업적은 후대에 쓰인 6개의 그의 전기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그는 346년에 선종하였으며 교회는 5월 14일에 그의 축일을 지낸다. 빠꼬미우스의 공동체는 그의 제자 오르시에시스와 테오도루스에 의해 계속 발전되었다.
수도규칙서
빠꼬미우스는 수도규칙서를 고대 이집트어인 꼽트어로 저술하였다. 그리고 이 규칙서는 빠꼬미우스 당시에 희랍계 수도자들을 위해 희랍어로 이미 번역되었으며, 그의 사후인 404년에는 실바누스 사제의 요청을 받은 예로니무스가 라틴어권 수도자들을 위해 라틴어로 번역하였다. 그런데 꼽트어 원문은 현재 단편만 남아있고 희랍어 역본은 발췌본만 전해오며 라틴어 역본은 전문이 전해오고 있다. 예로니무스는 규칙서를 번역하면서 머리말에서 빠꼬미우스 공동체의 구조와 규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40명으로 구성된 기초 단위를 ‘집’(casa)이라 부르며, 3~4개의 집들이 모여 한 ‘부족’(tribu)을 이루며, 이런 부족들이 여러 개 모여 한 ‘수도원’(monasteriumu)을 형성한다. 이런 수도원들이 여러 개 있었으며 수도자들의 숫자가 오만명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모든 수도자들은 일 년에 두 번 같이 모였는데, 파스카 축제일에 모여서 주님의 수난을 거행하고, 8월에는 ‘용서의 날’을 지내면서 서로 용서하고, 각 수도원의 원장과 당가, 각 집의 으뜸들 그리고 필요한 임원들을 선출하였다는 것이다.
또 예로니무스는 규칙서의 생성과정에 대해 증언하기를 “데베인들의 말에 의하면 빠꼬미우스와 꼴넬리우스 그리고 오늘까지 살아있으며 1백10세가 넘었다고 하는 시루스에게 한 천사가 신비로운 말로 지식을 전해주면서 이를 받아쓰게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적인 증언을 차치하더라도 빠꼬미우스 규칙서는 한꺼번에 써진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보완되었다는 것을 규칙서 자체에서도 알 수 있다. 규칙서는 4개의 모음집으로 되어 있는데 「계명집」은 1백44개 항목, 「계명과 제도집」은 18개 항목, 「계명과 판단집」은 16개 항목 그리고 「계명과 규범집」은 15개 항목 등 모두 1백93개 항목으로 되어 있다. 4개의 모음집의 명칭에서 모두 ‘계명’이란 단어가 들어있는데 왜 4개의 모음집으로 구분되어 있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힐 수가 없다. 첫 번째 모음집인 「계명집」은 가장 길 뿐만 아니라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사항들 즉 기도 노동 수도복 영적강화 식사 일용품 일거리 입회 면회 그리고 장례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나머지 3개의 모음집에는 몇 가지 새로운 사항들이 첨가되거나 비슷한 내용이더라도 미비한 점들이 보완되어 있다. 수도자들은 극히 검소한 생활을 하였으며 식사는 하루에 한 번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단식을 하였다. 노동은 가급적 공동으로 하고 한 사람이 독서를 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은 침묵 중에 일하였다. 공동기도가 끝난 후에도 기도 때 들은 하느님 말씀의 한 구절을 마음에 되새기면서 지냈다. 한편 빠꼬미우스 규칙서는 공동생활을 위한 규범들만 나열되어 있고 영적 내용이 빈약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최초의 수도규칙서로서 후대에 나타날 동방·서방교회의 모든 수도규칙서들의 모범이 되었다. 특히 420년경 프랑스 지방에서 써진 「동방규칙서」의 4분의 3은 빠꼬미우스 규칙서의 내용을 글자 그대로 베껴 쓰고 있으며, 7세기에 써진 「따르나텐시스 규칙서」도 직접적으로 종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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