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부대 미사를 위해 ○○부대 성당엘 갔는데 성당이 군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엔 십여 명 안팎의 군인들만이 미사에 참여하는데 그날은 백여 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작은 성당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이 성호도 그을 줄 모르고, 앉고 서는 동작조차 모른 채 신부만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다음주부터 당장 예비자 교리반을 개설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주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다음주에도 오늘의 반만큼만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기도도 드렸다.
그런데 그것은 착각 중에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순간의 기쁨이었다.
미사 후 그 이유를 알아보니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부대원이 3개 종교행사(군에서는 종교예식에 참여하는 것을 종교행사라 한다)에 한 번씩 참여하라는 부대장의 특별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오늘이 천주교 방문 차례였던 것이었다. 1인 1종교 갖기 운동. 군에서 강조하는 사항가운데 하나이다. 권유사항이지만 지휘관에 따라 이것이 강제사항이 되는 곳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좋든 싫든 한 가지 종교를 선택해서 참석해야 한다. 이런 덕에 군은 때 아닌 전교의 황금어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종교 선택에는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따른다. 그 첫째가 어느 종교에서 좋은 간식을 주는가이다. 이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둘째로 어느 쪽이 쉬기에(졸기에) 더 편하냐 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이동거리, 냉난방 시설, 전례분위기 등도 조금씩은 고려된다. 이렇게 신중히 선택해서 종교 행사에 참석하게 되는데 서운한 것은 개신교와 불교에 비해 천주교 참석자들이 제일 적다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고려 기준에서 고가 점수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천주교는 예식이 복잡해서 쉴 수도 없을 뿐더러(쉴만하면 일어서라 한다) 냉난방에도 문제가 많고, 간식도 다른 곳에 비해 좋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손님이 적어 장사가 가장 안 되는 곳이다.
그런데 그 적은 참석자들 가운데서도 몇 명씩은 꼭 신부를 찾아와서 인사를 하며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한다. 오랜 시간 교리를 배워야 하는데 그래도 하겠느냐고 물으면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대답한다. 어떤 이유로든 그 용감한 선택을 한 그들이 군종신부에게는 그렇게 고맙고 감사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외로운 군종신부를 위해 하느님께서 한두 명씩 그렇게 보내주시는가 보다.
그래서 군종신부들은 오늘도 몇 명 안 되는 귀한 양들을 위해 열심히 교리도 가르치고 미사도 드린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여러분, 순간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