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Sumer)어에 관한 연구는 성서연구에, 특히 구약을 연구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절대 없어서는 안될 부분입니다. 세계사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그리스나 로마, 라틴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듯 수메르문학에 대한 이해가 없이 구약을 연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앗시리아학과(Assyriology)교수 조철수(임마누엘·44)박사가 지난 9월말 가족방문차 잠시 귀국했다. 그는 한국인이면서 히브리대학 교수로서는 유일한 동양인이다. 히브리대학은 성서학 분야에선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러한 사실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76년 연세대 신학과 졸업 후 이듬해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에 유학한 조 교수는 올해로 외국생활 17년째. 83년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수메르어 초·중급 문법강의를 시작했으며, 지난 91년 ‘수메르어의 동사변형에 관한 연구’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수메르어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 중에 인류가 문자로 표기한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창조설화나 홍수이야기, 바벨탑·길가메쉬이야기 등은 모두 수메르문학의 형태를 거의 그대로 빌려 쓴 것이죠. 구약을 연구하는데 있어 수메르어(문학)에 관한 연구와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기원전 3500년부터 2000년까지 번성했던 수메르문학은 이후 에블라이트, 아카드(바빌론)어, 히타이트어, 우가랏트어에 이르기까지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고 한다.
조 교수는 현재 동료 쉐퍼 교수와 10년째「수메르어 사전」(Sumerian Glossary) 편찬작업에 정열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의 작업결과만 대학노트 3천쪽 분량에 달한다. “단어마다의 용법과 쓰임새, 등장하는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반대어·유사어까지 수록하는 방대한 작업입니다. 4~5년이 더 걸릴 예상이지만 출간될 경우 최소한 5백년은 갈 역작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조 교수는 이 작업을 위해 매년 4만5천불에서 5만불 정도를 대학당국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대학당국이 예산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더 이상의 지원이 곤란하다는 입장이어서 조 교수를 애태우고 있다. 대학 측에 계속 요구할 수도 없는 것이 다른 국적의 교수들은 거의가 자국의 기업이나 독지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고국을 찾을 때마다 ‘혹시나’하고 기대를 해보지만 인문과학에 대한 무관심에 벽만 느낄 뿐이었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세계적 석학들과 어깨를 겨룬다는 자긍심도 이럴 땐 허탈감으로 바뀐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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