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10,17-22 루카 18,18-23 마태 19,16-22)
마태오 복음서가 먼저 나온 마르코 복음서를 자료로 사용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마태오는 마르크 복음서에서 ‘선하신 선생님’이라고 한 젊은이의 질문과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는 예수의 대답이 잘 어울리지 않는데 착안하고 질문과 대답의 형태를 바꾸었다. 그래서 “선하신 선생님”이라고 젊은이가 부른 호칭대신 “선생님,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제가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대신했다. 이 질문에 대하여 예수의 대답도 이에 걸맞은 말씀으로 대신하였다. “너는 왜 선한 일에 대하여 묻느냐. 참으로 선하신 분은 오직 한 분뿐이시다. 네가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려거든 계명을 지켜라”이렇게 하여 마태오는 마르코 복음 10장18절에서 예수가 자신보고 선하다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은 어색함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마태오의 변형된 구성에서도 마르코나 루가의 복음서에서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이 모든 선의 근원이시라는 근본사상은 같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선하다고 불리든 선한 행위를 하든 그 선함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데서 자격이 있다는 것은 예수께서 늘 강조하며 가르치신 대목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자라야 하늘나라에 들어간다”(마태 7,21)라고 하셨고 “나는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려고 하늘에서 내려왔다”(요한 6,38)라고 하셨다. 그러니 인간이 선행을 할 때 그 노력 자체에 선함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노력이 하느님의 뜻과 부합할 때에 선함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젊은이의 질문과 예수의 대답에는 선함과 영원한 생명은 같은 서열에서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는 이 유대아 청년은 선한 일을 해야만 거기에 들어 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예수께서도 그 생각을 가상히 여기셨다.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은 우선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일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영생을 얻으려거든 계명을 지키라”라고 말씀하셨다. 십계명은 자연법이며 신법(神法)이다. 사람이 하느님의 뜻대로 행동하는 첫 걸음은 계명을 지키는 데서 시작한다. 사실 이 청년은 계명 지키는 것을 몰라서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유대아인들에게는 상식으로 되어 있었다. 그는 계명을 지키라는 말씀에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떤 계명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라고 되물었다.
남의 재물과 아내를 탐하지 말고 허위증언으로 남을 해치지 말며 도둑질 간음 살인 따위를 하지 말라는 계명은 웬만한 선량한 사람이면 다 지키는 일들이다. 이 청년도 어렸을 때부터 이 말을 늘 들어왔고 또 그대로 살아왔다. 예수께서 열거하신 십계명은 하느님 공경에 관한 전례적인 3계명은 빼고 사람이 사람에 대하여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 가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주로 후반부 계명만 열거하셨다. 그 순서는 우리가 기도문에서 알고 있는 순서(탈출 20,12-17)와는 다르지만 살인(5계명), 간음(6계명), 도둑질(7계명), 거짓증언(8계명), 부모공경(4계명)의 순으로 나열되었다. 아마도 이 순서바꿈은 당시 사회에서 범법하던 경계순위일 수도 있다. 이 청년은 “…하지 말라”는 계명은 어김없이 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예수께서도 이것을 인정하시고 그를 신통스럽게 생각하셨다.
그런데 인간의 윤리생활은 하지 말라는 것을 어기지 않는데서 그쳐서는 완전하게 될 수 없다. 하지 말라는 명령을 뒤집어 보면 윤리생활의 제2단계가 된다. 그것은 남의 인권과 물권을 존중하라는 적극적인 명령이 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완전한 사람이 되려면 “네가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에 나누어 주어라”는 주님의 명령이 상급윤리에 속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님을 따르는’일이 남아 있다. 자기 것을 남에게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부자일수록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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