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가소비녀회는 그야말로 일제 말기에서 오늘에 이르는 사회적 격동기 속에서도 초창기 창립자의 정신을 간직하고 고유사도직을 충실히 수행하며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각 시대와 교회간의 요청이 잘 맞아 떨어졌고 무엇보다 열린 마음과 개방된 사고를 가지고 온몸으로 투신한 선배들의 희생과 노력이 큽니다”
올해로 창설 50주년을 맞은 서울 성가소비녀회 총원장 김정자 수녀(레오)는 이렇게 지난 세월을 평가한다.
사상자와 고아들로 들끓던 전쟁 때에 실습조차 받지 않고서도 병원으로 달려가 치료와 간호를 했던 소비녀들의 그 용기와 열정은 각 시대마다 등장하는 가장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전해져 왔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우리도 청빈하게 살아왔습니다. 초창기 혜화동 시절, 신학교와 병원 등에서 빨래를 가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빨래만 하는 고된 하루였지만 공동생활의 기쁨은 정말 끝이 없었습니다”
지난 69년 현재 정릉의 본원을 지을 때에도 회원들이 손수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어 미군부대에 팔아 기금을 모으고 휴가비를 모두 반납, 벽돌비를 마련하기도 했었다고 김 수녀는 회고한다.
특히 바티칸 공의회 이후 급변한 교회상황으로 혼란을 겪기도 했다는 김 수녀는 “그때부터 시작된 회칙개정이 20여년 뒤에 와서야 확정되었고 86년부터는 수도회의 내실화 작업과 함께 공동체 석별작업에 들어가는 중대한 시기를 맞게 됐다”고 밝힌다.
성가소비녀회 성가수녀원 등으로 불려지던 명칭을 서울 성가소비녀회로 확정하고 30년간이나 여성교육 향상을 위해 회원들이 헌신해 왔던 부천 소명여자중고등학교를 인천교구에 무상으로 양도하는 것은 물론 일반 종합병원이던 월곡동의 성가병원을 복지병원으로 전환하는 대변화를 시도하기에 이른다.
“정성을 들이고 아껴왔던 무언가를 누구에게 준다는 것은 참으로 마음아픈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성령에 순응한다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 우리 회원들이 깊이 깨닫는 기회가 되었죠. 이제 본당 사도직이 정말 우리의 고유한 카리스마에 적합한 것인지를 식별할 때입니다”
김 수녀는 본당에서 현재 수도자가 수행하고 있는 평신도 사도직의 영역은 과감히 내어 놓고 평신도 활동을 뒷받침해 주고 성직자 사목활동을 도와주는 고유한 역할을 모색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물질적인 풍요를 갖게 된 교회와 체계적인 기반과 안정을 갖춘 수도회 속에서 오늘의 소비녀들에게는 항상 “안주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려는 노력과 과연 현대에 맞는 청빈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는 자세가 요청되고 있다”고 김 수녀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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