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주덕면에 소재하고 있는 육군 3800부대 군종병 조현진(베드로)병장의 일상은 예사 군종병의 생활과는 사뭇 다르다.
군종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독립 부대이기에 조 병장은 군종병의 몫은 물론 군종신부 노릇을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91년 12월30일에 논산훈련소로 입대, 92년 6월에 이발병으로 자대 배치된 조 병장은(당시 일병) 갑자기 전임 군종병이 보직을 그만 두는 바람에 군종병 보직을 떠맡게 됐다.
신학생 출신도 아니고 교회 활동을 해본 것이라고는 입대 전 서울 청담동 본당에서 빈체시오 회원으로 봉사활동 해온 것이 고작인 조현진 병장에게는 하루하루의 군종병 생활이 벅차지 않을 수 없었다.
열심히 신자 집안에서 성장한 덕분인지 규칙적인 기도생활을 군 생활 중에서도 잊지 않았던 조 병장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성무일도를 바치고 2시간 이상씩 하는 묵상기도를 통해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부대가 들어서면서 폐교된 다 낡은 교실을 성당으로 개조해 사용하면서 신자사병들의 신앙생활을 이끌어온 조현진 병장은 “처음 군종병을 맡을 때 10명 안팎이던 신자사병들이 1년이 지난 지금은 그 수가 8배가 늘어난 80명이 넘는 부대원들이 매주일 공소예절을 드리고 있다”고 기뻐했다.
매주 수요일과 주일 아침, 저녁으로 공소예절과 신자 장병들의 모임인 ‘사도회’를 주도하고 있는 조 병장은 예비자 교리반도 운영해 18명의 예비자를 금년 내로 영세시키기로 이미 군종신부에게 약속을 받아 놓았다.
내심 말은 안했지만 현대식 건물로 말끔히 단장된 예배당과 법당과는 달리 여전이 폐교실을 성당으로 사용하고 있고 겨울에는 전열기마저 쓰지 못하도록 해 꽁꽁 언 몸으로 공소예절을 드려야 했던 조 병장에게는 지금 “제대하기 전 반듯한 성당 건물을 하나 꼭 짓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금년 7월 현장 실무 경험이 있는 단기병 신자가 입대하자 혹 설계도를 그려 가면 군종교구청에서 성당을 짓는데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단층 조립식 구조의 설계도면을 독촉, 이미 완성해 두고 있다.
“군종교구의 빠듯한 살림도 알고 있어 본당인 서울 청담동 본당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는 조 병장은 2천만원이 소요되는 성당 건축 기금마련을 위해 신자사병들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금년 4월 가톨릭신문에서 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던 어린 소년의 보도를 보고 부대를 돌며 헌혈증 2백 매를 모아 한 생명을 살리기도 했던 조 병장은 “서로 이해하고 고통을 나누려는 신자사병들의 순수한 마음이 있는 한 반드시 새 성전은 건립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금년 8월에 인근 사단에 전출온 후 조 병장의 소식을 듣고 9월초부터 부대를 찾아 매주일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사병들의 신앙생활을 지도하고 있는 정필국(베드로)신부는 “사병들끼리 서로 격려해가며 신앙을 지켜나가는 모습에 남다른 애정이 생긴다”면서 “공소가 성전답게 꾸며질 수 있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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