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중인 대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홍보ㆍ안내요원인 도우미들을 빼놓을 수 없다.
곱고 예쁜 얼굴에 건강한 모습, 산뜻한 제복에 친절한 미소까지 갖춘 도우미의 활동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군종신부들에게도 도우미와 같은 일을 하는 날이 있다. 해마다 군인주일이면 전후방 각지에 있는 군종신부들이 서울로 모인다. 그리고 주교님으로부터 군인주일 홍보·안내요원으로 임명받아 산뜻한 제복(군복)을 입고 시내 각 본당으로 파견된다.
군종신부가 맡아서 하는 홍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군인주일 설정의 의의와 함께 그동안 군종교구와 군종신부들, 그리고 군인들을 위해 보여주신 성원과 기도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사랑과 기도를 부탁드린다는 것이다.
군종신부 첫 해 군인주일날, 모 본당에서 홍보활동을 할 때였다. 점심식사 후 사무실에 들르니 어떤 신자께서 군종신부 주라고 맡겨놓고 갔다며 보자기에 싼 보따리 하나를 건네주는데 끌러보니 담요였다. 그것도 새 것이 아니라 쓰던 것으로서 조금은 낡아 보이는 하늘색 얇고 큰 담요였다.
미사강론 때 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종신부와 군인들의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강원도 전방지역은 겨울이 길고 추우며 눈도 많이 와서 겨울나기가 걱정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 강론을 들은 그 신자분께서 겨울날 떨고 지낼 군종신부를 위해 쓰시던 담요를 가져와서 주고가신 것이다. 신자들로부터 여러 기회에 많은 선물을 받아 보았지만 그때 그 담요만큼 귀한 사랑의 선물도 드문 것 같았다. 후방생활중인 지금까지도 군종신부의 몸을 따뜻이 감싸주고 있는 그 담요를 볼 때마다 이름 모를 그 분의 사랑이 전해져 옴을 느낀다.
한편 군인주일은 군인들을 위한 날이요, 군인들의 생일인데 본당신부가 없다 보니까 정작 생일을 맞는 군인들은 본당에서 미사대신 공소예절을 지내게 되며, 축하 분위기는 고사하고 평소보다 더 허전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군인주일의 주인이 장병들을 위로하고 본당을 나서는 군종신부의 마음도 결코 가벼울 리 없다. 그래서 이번 군인주일에는 공소예절 후 장병들끼리 국수라도 나눠먹을 준비라도 해놓고 나서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본당 신자 여러분, 그래도 군종신부는 누구보다 먼저 여러분을 많이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