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10,17-22 루카 18,18-23 마태 19,16-22)
예루살렘을 향한 마지막 여행길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도있게 하시면서 하느님 나라의 적격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를 가르치신다. 제자들은 앞으로 주님을 대신하여 사람들을 하느님 나라로 인도할 사람들이니 그들이 훈련을 쌓아야 할 덕목들은 보통 선행을 하고 법을 지키는 정도를 넘어야 한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 말씀을 하실 때에는 “들을 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라는 말씀으로 운을 띄우셨다 (마태 11,15:13,9,43:19,12: 마르 4,9, 23: 루카 8,8:14,35).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알아듣기를 요구하신 덕목은 독신생활과(대목247 참조) 겸손한 마음(대목 245-246) 이었다.
오늘 대목에서 제자들에게 요구하시는 또 하나의 덕목은 재산의 포기이다. 이 덕목을 일컬어 거룩한 청빈 또는 성빈(聖貧)이라고 한다. “네가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 하늘에 보화를 쌓고, 그러고 나서 와서 나를 따르라”라는 말씀으로 맺음하는 부자청년과의 대화에서 이 교훈이 제자들에게 내려진다. 마태오에 따르면 예수께서 어린이들의 머리위에 손을 얹어 축복 하신 다음 그곳을 떠나는데 그때에 어떤 사람이 예수께 왔다. 마르코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어떤 사람이 달려와서 무엇인가를 여쭈려고 예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루가 복음서는 이 사람을 ‘지도자’라고 했는데 주석자에 따라서 ‘회당의 지도자’ ‘의회원’ 또는 산헤드린의 일원으로 해석하지만 확실치 않다. 마태오가 이 사람을 ‘젊은이’라고 한 점을 유의한다면 이 사람은 돈이 많아서 그 지방의 유지노릇을 하고 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하여튼 이 청년은 어렸을 때부터 독실한 종교인으로 율법의 계명을 어김없이 지키던 사람이었다. 그는 예수께서 하느님 나라의 적격자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자기의 생활이 영원한 생명의 나라에 들어 갈 수 있는 보증이 되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바리사이파 사람이나 유대아의 다른 지도자들처럼 예수께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예수께서도 그를 신통하게 여기고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가 다급하게 알고 싶었던 것은 이러하였다. “선하신 선생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 이 청년은 꽤나 진지하게 자기 구원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자기 생활에 대하여 자기 나름대로 적어도 자기가 지금까지 배워온 대로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뿐 아니라 유지답게 교양도 높은 표가 그의 질문에서 드러난다.
‘선하신 선생님!’이라고 예수께 대하여 최대의 존칭을 썼다. 선생님이라고 부른 것은 당시 민중의 존경을 받고 있던 ‘랍비’라는 말의 번역으로서 율법선생님이란 뜻이다. 그런데 율법선생님에게는 ‘선하신’이란 존칭을 붙이지 않았다. 유대아인들의 종교관습은 ‘선하신’이란 존칭은 하느님께만 붙였던 예법이었다 “야훼께 감사드려라. 그 분은 선하시고 그의 사랑 영원 하시다”라는 감사기도를 그들은 끊임없이 불렀다(시편 106,1:107,1:118,1:136,1: 역대상 16,34: 역대하 5,13). 그러니 이 청년이 예수 앞에 무릎을 꿇고 “선하신 선생님”이라고 부른 것은 예수께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할 때 쓰는 존칭을 사용한 것이다. 이 청년이 이러한 하느님께 쓰는 존칭을 사용한 것은 아첨일 수 있지만 그의 진지한 성격으로 보아 아첨하려고 한 것 같지는 않고 예수를 하느님으로 믿지 않은 그의 신앙정도를 감안할 때 적어도 예수의 교설을 경탄한 나머지 과례를 범한 것만은 사실이다. 예수께서는 지금까지 누가 당신을 하느님으로 받드는 것을 단연 거절하셨다. 그보다도 그러한 과도한 대접은 허영의 유혹으로 간주하고 무척 조심스럽게 대처하셨다. 예수께서는 그저 보통 인간으로 사람들을 대하셨다. 이제 “왜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선하신 분은 오직 하느님뿐이다”라고 대답하신 것에 깊은 뜻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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