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과 김정숙(골룸바) 영부인이 교황청 공식 방문 중이던 10월 17일 오후 6시(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례했다. 이 미사는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주례했으며, 미사에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참석 중인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를 비롯해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 서울대교구 정순택 주교 등 한인 성직자들과 교황청 관계자, 바티칸 주재 외교사절단, 이탈리아 거주 교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강론과 미사 파견 뒤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 요지다.
● 파롤린 추기경 강론 요지
“주님께 화해의 은총을 청하자”
오늘 저녁 우리는 겸손하게 역사와 인류의 운명을 다스리는 하느님을 바라보며 온 세상을 위한 평화의 선물을 간청한다. 특별히 오랫동안의 긴장과 분열을 겪은 한반도에도 평화라는 단어가 충만히 울려 퍼지도록 기도로 간구하자.
평화는 매일의 선택들, 정의와 연대의 봉사를 향한 진지한 책임 그리고 인간의 권리와 품위에 대한 증진, 특별히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약한 이들에 대한 배려로 이룩된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 평화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에게서 오는 선물이다.
하느님에게서 오는 평화는 추상적이거나 멀리 있는 관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삶의 매일의 여정에서 구체적으로 체험되는 경험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말씀하셨듯이, 하느님에게서 오는 평화는 ‘고난 가운데서의 평화’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를 약속하실 때,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리스도 십자가의 권능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오늘날의 세상 안에서 구현해야 하는 참된 사명인 화해의 은총을 주님께 청하자. 그리하여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기도가 이제 더욱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올려져, 그분께서 주시는 은총의 선물로 마침내 우리 모두가 열망하는 고귀한 선을 얻게 될 것이다. 아멘.
● 문재인 대통령 기념사 요지
“우리 겨레에 희망 준 교황께 감사”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9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세계에 천명했다.
교황청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표단을 파견해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했다. 교황께서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 주셨고, 기도로써 동행해 주셨다.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하고 있는 남과 북,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과 교황청에 깊이 감사드린다.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시편의 말씀처럼,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이다. 오늘 미사는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우리는 기필코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