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10,13-16 마태 19,13-14 루카 18,15-17)
유대아인 중 사회에서 하시(下視)당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보아온 바에 따르면 죄인 신체불구자 나병환자 세리 과부들이었다. 하시까지는 아니지만 여자들도 대접받는 계층은 아니었다. 특히 과부는 사회할동에서 거의 제외되었었다. 어린이들도 이 부류에 속했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대체로 어린이를 미숙하고 유치한 존재로 보았다. 구약성서에서도 어린이는 방자하고 이해력이 부족하여 엄한 훈육을 필요로 하는 나이로 취급하였다. 그들은 풋내기들이며 철부지로 불리었고(이사 3,4) 생각 없는 어린이이며 철없는 아이들(지혜 12,24)로서 부모가 길을 잘 들이고 엄격히 단련시켜야 할 존재이다(집회 30,1-13). 따라서 그들은 율법을 깨닫지도 못하며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집회에 낄 수 없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언제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로 부모들, 특히 어머니의 애정을 가장 많이 받는 애물단지였다. 예수께서는 지금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순례길에 제자들을 비롯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지금까지의 사회관념을 완전히 새롭게 하는 복음적 견해를 펴고 계신다. 죄인들과 세리들, 가난한 이와 억눌린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에 먼저 들어갈 것이라는 가르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터이다. 이때 사람들이 예수께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서 축복해 주시기를 청하였다. 여기서 ‘사람들’은 물론 아이들의 어머니를 가리킨다. 어머니들은 자기 아이들이 예수님의 안수를 받길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안수로써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어머니들은 자기 자식들이 예수의 안수를 받아 온전한 사람이 되기를 빌었을 것이다.
율법학자들에 따르면 종교는 남자들의 관심사이지 부녀자들이나 어린이들이 나설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하는 길에 어린이들이 낄 일도 아니며 하느님 나라를 설파하고 계신 마당에 어린이들을 주님께 데리고 온다는 것은 주님을 번거롭게 해드리는 일이라고 제자들은 생각하였다. 제자들은 주님을 괴롭히는 군중으로부터 주님을 보호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제자들은 어린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과 어린이들을 나무랐다. 아마 “이 꼬마들, 왜 어른들 틈에 끼어서 야단들이야 너희가 뭘 안다고” 그리고 “엄마들, 저리 비켜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 영원한 생명에 관한 복음을 펴는데 어린이들이 무슨 상관이냐 라고 제자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아직도 하느님 나라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못내 한심스러웠다. 아니 좀 화가 났다. 예수께서는 이내 하느님 나라의 성격에 대하여 세 가지를 말씀하셨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라” 개구쟁이 천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어린이들이 아닌가. 죄인들과 세리들을 받아들이며 도도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물리친 이유는 바로 그들이 위선과 아집에 찌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인간생활의 때에 물들지 않은 어린이들이야말로 하느님 나라의 적격자들이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는 이와 같은 어린이들의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그간의 예수의 설교를 참작해 볼 때 예수께서는 어린이들에게서 두 가지 특징을 꿰뚫어 보셨을 것이다. 높은 것을 놓고 다투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품성과 언제나 누구의 도움이 필요하면 어른들에게 전적으로 신뢰심을 가지는 적나라한 품격 이 두 가지이다. 하느님 나라의 적격은 겸손과 믿음이라고 늘 강조하셨다. 그래서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셨다. 제 요량으로만 모든 일을 꾸며 나아가려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의 적격자가 아니다.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는 순진 소박 겸손을 어린이들의 특성으로 꼽았고, 성 베다는 어린이들은 원한을 오래 품지 않고 오래 분노하지 않으며 미색에 눈팔지 않고 생각에 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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