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본당에서 일할 때 간혹 어머니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수녀님들은 뭐든지 못하는 게 없어요. 수녀님은 다 잘하세요”
작은 성당에서 분주히 전례준비와 교리지도, 성가연습, 꽃꽂이, 방문을 하고 주일학교며 청소까지 씩씩하게 해대는 모습이 그들의 눈에 과히 뭐든지 잘하는 수녀로 보였음직하다. 첫 소임지인만큼 정열을 쏟아 열심히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저것 다 해야 하는 본당 사정이 잘하는 수녀로 보이게끔 만든 셈이다.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어느 날은 시계를 잘못보고 미사 5분 전에 칠 종을 한 시간 전에 신나게 치다가 식사중이 신부님이 황급히 뛰어나와 정지시킨 일도 있었으니까.
“수녀들이 뭐든지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신자들에게 일을 나누어주라” 이 말이 그 당시 나에게는 참으로 실천하기 어렵게 느껴졌다. 우선은 일할 만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무엇보다도 주일학교 교사들이 부족하여 한 학년 이상을 늘 내가 맡아서 가르쳐야 했다. 교적을 뽑아 청년들을 찾아 설득하고 사정(?)해서 교사를 맡겼다가도 그나마 이런저런 사정으로 일 년을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도대체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일을 나누어주란 말인가?
많은 기도를 하면서 어머니들을 찾아다녔다. 교사를 하라는 말에 열이면 열 모두 무식해서 못한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한 어머니들을 모아 교육을 보내고 적절한 연습과 준비를 시키니 모성애 가득한 훌륭한 교사로 바뀌었다. 낮에 모여서 교안을 주고받으며 율동을 익히는 어머니 교사들의 열성이 침체된 주일학교를 차츰 일으켜 세워다.
일을 나눈다는 것은 기존의 내 생각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된다. 내가 더 익숙하고 잘 할 수 있어도 찾아내어 맡기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아 답답해도 참고 기다리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점차로 뭐든지 잘하는 수녀가 아닌 뭐든지 나누는 수도자가 되고 싶다. 기쁨도 어려움도, 도움과 시간을 나누어서 못하는 게 많은 수도자, 늘 바쁘지 않은 수도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