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19,10-12)
예수님 시대의 사회적 토론문제는 이혼문제였다. 그것은 이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조건하에서 이혼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그러니까 이혼은 신명기 24장 1~4절에 의거하여 모세의 율법조항으로 당연시하고 있었다. 다만 어떤 경우에 합법적으로 이혼할 수 있느냐는 문제만이 토론의 대상이었다.
이혼이라 하지만 여자 편에서 남자를 싫다고 내보낼 수는 없었고 남자 쪽에만 아내를 내쫓을 권리가 있었다. 철저한 남존여비사상의 사회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 예수께서는 어떤 이유에서든 이혼해서는 안 된다는 결혼불가해소법(結婚不可解消法)을 하느님의 인간 창조이념을 들어 자연법 또는 신법으로 강조하고 이 법을 다시 살림으로써 이 문제에 있어서는 남녀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는 것을 새롭게 강조하셨다.
결혼이라는 것은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이 되는 것이니 어느 쪽에서 많은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혼했을 경우 여자만 불이익을 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내를 내쫓는 일은 그 여자를 간음죄에 빠지게 하고 남자도 간음죄를 범하게 된다.
그러니 이혼 문제에 대한 예수의 태도는 단호한 부정이었고 마태오 조항이라 불리는 예외조항이 붙기는 하였지만 그 조항의 뜻에 관해서는 오늘날까지 격렬한 토론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음행한 까닭을 제외하고’라는 조항인데 이 ‘음행’이란 무슨 뜻인가에 대한 해석이 어려움을 던져주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이 말을 ‘간음’으로 해석하고 가톨릭에서는 ‘내연의 처’ 또는 ‘축첩’이라고 해석한다. (대목 63참조) 그밖에 ‘근친결혼’으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The Anchor Bibic Dictionary, 2권 Divarce항 참조). 하여튼 이혼문제를 당연시하던 그 때에 예수의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혼이 불법이라는 말씀과 이혼과 관련하여 남녀가 동등이라는 말씀이 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물었던 것이다.
구약시대의 인생관은 하느님께 충성하는 것을 첫째로 삼았고 그 충성을 하느님의 뜻을 따라 결혼생활을 하고 자손을 낳아 하느님의 백성을 대 잇게 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결혼은 신성한 것이었고 인생의 즐거움도 결혼생활에 있었다. 하느님께서도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창세 3,18)하셨고, ‘혼자서 애쓰는 것보다 둘이서 같이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지혜를 그들은 터득하고 있었다.(전도 4,9). 이러한 배경에서 살던 제자들의 질문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 질문은 자기들도 모르게 예수로 하여금 독신생활의 필요성을 말씀하도록 계기를 마련하였다. ‘차라리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물음에 예수께서는 고자(鼓子)이야기를 설명하시며 얼른 듣기에는 동문서답같은 말씀으로 대답하셨다. 그러나 이 대답 속에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교육적인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여기서 고자라는 말은 환관(宦官)을 말하는 관직을 지칭하는 말로서 불구의 남자를 지칭한다. 유대아인들은 두 가지 원인으로 인한 성불구자를 알고 있었는데 하나는 생태적인 불구자와 인위적인 불구자였다. 이 둘은 물론 성불구의 맹신을 말하는 것이지만 예수께서는 이 말을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는 또는 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아듣게 하려고 제3의 종류에 속하는 고자생활을 예로 들었다.
그것은 하느님 나라에만 봉사하기 위하여 스스로 결혼생활을 마다하는 사람이다. 이 말씀은 아무나 알아듣는 것이 아니다. 당시에 성불구자는 사회적인 기피를 받았고 특히 이스라엘 공동체 예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고자가 된다는 것을 알아들으려면 은총을 받지 않고서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알아들을만한 사람은 알아들으라 라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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