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이틀씩 연수를 받으러 오는 수녀님들께 액정비전을 통해 ‘주여 이제 여기에’라는 영화를 보여드린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제작한 것으로 아프리카 난민의 비참한 실정을 담은 내용이다. 말로만 듣던 상황을 자료화면으로 직접 보게 되니 처음엔 충격적이고 가슴이 아파 차마 끝까지 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의 재난을 매달 상영해 주다보니 그들이 뇌리 속에, 마음과 기도 속에 깊이 자리잡게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연간 육백만명이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하루에 일만오천명, 6초마다 한명씩 죽는 것이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가녈진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벌레가 달라붙은 몸으로 사막에 쓰러져 있다. 응석을 부리며 재롱을 피울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서 바가지에 죽을 배급받아간다. 탈수증과 폐렴, 영양실조와 귓병 눈병이 번지고 6개월째 치료를 하고 있다는 의료진들은 아무 진전이 없다고 호소한다. 그래도 아기를 낳을 수 있을 때까지 낳겠다는 아버지의 말이 더욱 마음을 슬프게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기아현상은 그들 스스로가 해결할 수 없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말씀대로 무관심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다가가서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원인을 따지기보다 이제는 가진 바를 사랑으로 나누는 것이 더 시급하다. 밤이면 0도까지 내려가는 해발 2천5백미터의 고지에서 한 장의 담요를 걸치고 천막 안에서 새우잠을 자며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그들을 우선 살려야 한다.
인류공동체는 그들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평화 유지군이 소말리아에 파병되었다.
상록수부대가 1년 동안 임무를 잘 수행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달에 또 한 번 영화를 상영해 드리면서 교황님의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가 가슴을 울려온다. 진정한 기도와 형제적 사랑, 인간에 대한 연민을 인류 전체에게 호소하는 말씀.
“평화를 바라거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가가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