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본당 주임신부님이 바로 동대문 목공소 주인이에요”
요즘 동대문본당(주임 박항오 신부)신자들이 성당을 찾아 온 손님들에게 자랑삼아 늘어놓는 얘기다.
주일학교 청소년들이 안락하게 사용할 만한 책걸상을 손수 만들어 주기 위해 한여름 내내 험한 목수일을 마다 않고 일선에 선 본당 주임신부의 사랑과 정성이 신자들에겐 놀랍고 새롭게만 비춰지고 있다.
정작 박항오 신부는 “책걸상 만들기에는 본당 살림을 절약하기 위한 경제적인 목적이 크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을 그저 쉽게 사 쓰는 것보다 직접 정성을 들이고 노력하며 만들어 사용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 같아 목공소 주인을 자처하게 됐다”고 덧붙인다.
성당마당에는 정말 목공소에서나 볼 수 있는 기계들이 연신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여기저기 쓰다 남은 나무토막도 널려 있다. 누군가 장난스럽게도 ‘동대문 목공소’라 적힌 나무판자를 간판으로 내걸기도 했다.
값비싼 상표와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신자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가져다 준 ‘동대문 목공소’가 문을 연 건 8월초였다.
성당에서 사용하고 있는 책상과 의자가 크게 자리만 차지하고 효용성은 없어 주일학교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좁은 공간과 불편한 책걸상으로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이러한 신자들의 민원을 접수한 박 신부는 이번 주일학교 방학을 이용, 실용적이고 편안한 책상과 의자를 직접 만들어 주기로 하고 평소 갖고 있었던 기계들을 마당에 내놓았다. 그제야 신자들은 봄 내내 마당 한편에 세워져 있던 원목들의 쓰임새를 짐작하게 됐다. 주임신부가 목공소를 세우고 목수일을 시작하자, 보좌신부는 물론 방학을 맞아 본당에 나와 있던 신학생들과 남성신자들도 적극 합세, 아예 본당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책걸상 만들기’에 나섰다.
여성신자들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구역별로 조를 짜서 목공소 일꾼들의 매 끼니를 담당했고 본당 성모회는 가진 솜씨를 발휘, 다양한 ‘새참’을 준비했다.
근 한 달 동안 일꾼들의 크고 작은 부상 속에 완성한 대작품(?)들은 길이 1백20cm에 폭 45cm크기의 책상 1백20여 개. 책상 한 개에 20가지의 서로 다른 모양의 나무들을 재단, 무늬를 내고 짜 맞추는 고된 노동의 산물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책상과 비교하면 가격은 그 절반에 해당하지만 견고함은 결코 비교할 수조차 없다. 그러나 ‘동대문 목공소’는 의자 70여 개가 완성되는 9월초 문을 닫을 예정이다.
“우리본당 주임신부님은 동대문 목공소 주인”이라는 신자들의 얘기엔 “강론말씀만으로 성실과 노력을 강조하기 보단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진심으로 깨우침을 주는 신부님”이라는 자랑이 담겨 있다는 게 성모회 박은주(41세·젤뚜르다)회장의 귀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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