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할머니가 성당 천정등을 바꾸어 달고 있는 나에게 물었다. “신부님, 조기 가운데 십자가에 매달리신 양반은 누구래유?” “예수님이세요” “그럼 양쪽에서 기신 저 냥반들은유?” “왼편은 예수성심상이고 바른편은 성모님상이예요” “그리유. 근디 왜 저기 서 기시대유?” “할머님을 만나시려구요” “아이구, 신부님두! 저 냥반들이 살아 기시간디유” “그럼 할머니는 왜 매일 성당 오셔서 기도하세요?” “요새 마음이 심난해서 그리유. 어제밤에도 대왕신이 나타나서 칠갑산에다 칠성당을 지어 바치라고 호령을 하시잖아유. 그래서 성당에 가서 기도하면 칠성당 지을 돈이 생길라나 해서 왔구만유. 근디 누가 제일 높은 양반이래유” 삼 년 전에 무당질을 그만두고 세례를 받은 그 할머니는 성당에 와서 높으신 양반에게 대왕신한테 칠성당을 지어바칠 돈이 생기게 해달라고 기도할 참이었다.
어느 날 저녁 미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신자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나는 성당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좀처럼 신자들이 성당 밖으로 나오질 않기에 성당에 다시 들어가 보았다. 모든 신자들이 그 할머니를 에워싸고 있었다.『오늘은 꼭 할머니에게 붙은 마귀를 떼야겠야겠유. 신부님 허락해주셔야 쓰겄유』 여러 신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결의에 차서 말하였다. 그러나 정작 누구도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때 덩치 좋은 신자가 나서며 비장한 각오로 말하였다. “지가 전에 마누라한티 붙은 마귀를 떼본적이 있구만유. 아무나 하지 못 할테니께 지가 하겠유. 모두들 승당밖으로 나가주셔유. 저하고 할머니만 있게 해주시유” 얼마 후 구마 광경을 숨어서 본 신자 하나가 배꼽을 잡고 웃으며 성당 밖으로 나왔다. 할머니의 부마 증상은 밤마다 눈앞에 불덩어리가 나타나 점점 얼굴로 대들어 곧 태워 죽일 것 같다는 것과 대왕신에게 칠성당을 지어 바치라는 환청에 시달리는 것이었다.
“할머니 눈이 쓰라렵드라두 참으셔야 해유. 이 눈탱이 속에 든 마귀새끼를 쫓을라면유 성수를 사정없이 뿌려야 해유” 덩치 좋은 그 신자는 성수를 손웅큼으로 쥐어 할머니 눈에다 뿌리며 구마의식을 거행했단다. “할머니 이 귓구녕 속에도 마귀새끼가 든 모양인디, 여기다 성수를 뿌릴 수 읍으니께 대신 머리에다 뿌리겠유” 할머니는 온통 성수에 젖어 성당 밖으로 나왔다. 구 후로도 그 할머니는 여전히 대왕신한테 칠성당을 지어바치게 해달라고 예수님께 기도하였다.
사제들이 전하고자 하는 하느님과 신자들이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하느님과 예언자들의 하느님은 어떤 분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