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고 돌아온 수녀님이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있다는 표정으로 상자곽을 열어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꾀죄죄한 빛깔의 새끼메추리 십여 마리가 삐약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귀엽기는 하지만 좁은 양로원에서 어떻게 기르려느냐는 물음에 전에도 병아리를 중닭으로 만든 경력이 있다며 자랑한다.
우선 라면상자에 넣어 현관 신발장위에 올려놓았다. 할머니들 대부분이 수족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그날부터 메추리를 열심히 키우기 시작했다. 회의를 열어 메추리 반장을 뽑아 돈을 걷어 먹이를 사오고 깔개를 갈아주는 등 정성을 다해서 부지런히 움직이셨다.
이 메추리는 내가 국민학교 때 학교앞에서 사왔던 병아리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 같았다. 솜털처럼 가벼웠던 노란 내 병아리는 키운지 이틀만에 죽었던 것이다. 메추리는 파다닥거리며 똘망똘망 눈을 뜨는 모습이 갈수록 키울 맛이 나고 할머니들께 생명력을 나누어 주는 듯했다. 주먹만하게 자라자 마당에 집을 지어 내다 놓았다.
일은 그 며칠뒤에 벌어지고 말았다. 밤새 도둑고양이들이 침범하여 창살을 뜯고 메추리를 죄다 물어간 것이다. 그동안 키워놓았던 할머니들의 보람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할머니들의 낙심하는 모습이 지극한 정성을 들여 왔음을 어림할 수 있었다. 다시는 키우지 않겠다며 오랫동안 상심하셨다.
산너머 저쪽으로 개구리소년 다섯명이 실종된지 3년이 지났다. 아무런 단서조각도 없이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외딴 섬에 갇혔는지 통 알수가 없다. 5월의 맑은 하늘아래 오직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빌며 어린이 날을 맞은 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찾아서 품에 안겨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찾기만 한다면 3년동안의 상처를 우리가 넘치는 사랑으로 아물게 해줄 수 있을 텐데, 건강하고 씩씩하게 다시 뛰어놀게 해줄텐데… 산너머 저쪽에서 아이들이 달려와 파랗게 웃는 꿈이 언제쯤 이루어질 것인가?
매순간 하느님의 품에 돌아가 안길수 있는 나는 얼마나 큰 행복을 누리는 어린아이인지 새삼 감사롭게 느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