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6일. 한 달간의 인도 여행을 마치고 또 70일간의 아시아 배낭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오늘. 비행기시간에 맞추어 여행자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에 나는 숙소를 나섰다.
공항까지는 택시로 40여 분.
비행기는 이내 수속을 마친 모든 승객들을 태우고 이륙을 시도했다. 활주로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인도는 마냥 평화스러웠다. 점점 멀어지는 인도땅을 바라보니 괜스레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돈이 없어 몇 끼씩 굶으며 인생을 깨닫고 몸이 아파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스스로 일어서는 용기를 배우고 나 자신을 채찍질해 나가며 모험심과 책임감을 배워나가는 여행의 길…. 그 여행으로 인하여 내 인생에 한 발짝의 후퇴가 있었던들 어떠랴. 그 몇십 배로 전진할 수 있는 젊음이 있건만 여행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며 젊음은 떠나갈수록 아름다운 것이다.
여행 자율화 이후 많은 배낭 여행자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더욱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행에 있어서 제일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용기이다. 학생이라면 방학을 이용해 배낭을 멜 수 있는 용기. 직장인이라면 과감히 일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일단 여행을 마음먹었으면 거지가 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경비를 모을 수 있는 첫 단계는 용돈 절약이다. 옷 한 벌 사 입고 화장품 하나쯤이야 하고 돈을 쓰다보면 평생가야 여행한번 못해볼 것이다.
뭐든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여행도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외국 배낭여행에 있어서 필수적인 여권을 만드는 것도 스스로 외무부 여권과(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하차 정부종합청사 방면)에 가서 해결해야 한다.
수입증지 판매소에서 2백원짜리를 사서 1번 창구에 가서 주면 몇 가지 서류를 내어준다. 그곳에 해당하는 칸을 채워 사진도 붙이고 도장을 장마다 다 찍어, 신원조회서는 신원조회서 창구에 나머지 여권신청서와 사진, 신원조회 창구에서 되돌려준 신원조회서 한 장을 여권 신청창구에 제출하고 접수증을 받아둔다. 일주일 후 5번 창구에 가서 접수증과 인지대 4만5천원을 주면 여권을 발급받게 된다.
배낭을 챙기는데 있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배낭여행을 호화관광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바지는 청바지 두벌이면 충분하고 여행하려는 계절에 따라 티셔츠는 두세 벌이면 된다. 하나의 짐이 20kg을 넘으면 공항에서 벌금을 물게 되므로 쓸데없는 옷가지로 무게를 늘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밥을 해 먹겠다고 쌀이나 반찬 따위를 가져가는 것은 아시아 여행에 있어서는 무모한 짓이다. 약간의 비상 컵라면이라면 몰라도.
항공권 예약은 한나라만을 가고자 할 때는 직접 항공사에 문의하는 것도 좋지만 시내 각 여행사에 닥치는대로 전화를 해서 가고 싶은 나라를 대고 값을 알아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여행사 마다 내놓는 값은 천차만별이므로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어보자.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완비되었다 하더라도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모든 걸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 주위의 친구들을 보더라도 여행얘기만 나왔다하면 집안이 발칵 뒤집혀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내는 길이 바로 돌아오는 길인 것이다. 과잉보호 때문에 약해져만 가는 젊은이들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행을 떠나자. 과감히 버리고 젊음에 모든 것을 의지한 채 넓은 세상을 위해 배낭을 메고 떠나 보자. 잠깐의 불효가 된다 할지라도 영원한 효도를 위해 힘차게 떠나보자.
<계속>
[구미리내의 인도이야기/유구한 대지 인디아를 가다] 12 배낭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상)
“떠날 수 있는 용기” 여행에 가장 필요
경비마련 등 자율적 준비과정 거쳐야
발행일1993-08-22 [제1868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