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9월 21일 광주대교구청 1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중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가 지난 9월 18~20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종교계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방북 일정을 마친 김 대주교는 귀국 다음날인 21일 오후 2시 광주대교구청 1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남북 종교교류가 재개될 것을 시사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우리 민족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획기적인 거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발걸음을 떼는 데 정치적 계산과 정략적 이해득실을 따져서 무엇 하겠습니까.”
김희중 대주교는 이번 평양 방문에 대해 “민족의 역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 것에 대해 가슴 뿌듯하다”며 “5000년 동안 함께 살아온 민족이 70여 년간 헤어져 살면서 민족의 힘을 너무 낭비한 것은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특히 이번 방문에서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이자 조선가톨릭교협회 회장인 강지영씨를 만나 교류협력 방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2015년 한국교회 방북단이 조선가톨릭교협회와 만나 평양 장충성당에 남측 사제를 파견하는 등에 뜻을 모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남측 종교인들은 독자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결정할 수 있지만 북측은 당국과 공감이 돼야만 일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양측 종교인들이 끊임없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 당국자들에게 신뢰를 얻어 나간다면 우리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김 대주교는 한국주교회의 의장이자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자격으로 미 백악관과 유엔에도 서신을 보낼 계획이다. 김 대주교는 “남과 북의 관계가 이렇게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니 경제제재도 풀어주고, 남북 상생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 달라고 부탁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그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지난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광주대교구 소속 모든 성당에서 일제히 타종하도록 했다. 지난해 5월 20~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달라”는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 평소에도 남북 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강조해왔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를 평화의 상징인 세계생태평화공원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야생밀림지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평화에 대한 세계적 담론을 나누고 축제를 하는 최소한의 공간만 개발하면 좋겠습니다. 만약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한다면 교황님을 초청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정상들을 초대해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남과 북이 은근과 끈기라는 민족성으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정된 나라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