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밤 호수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부엉이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그 순간 물옆에 앉아 자연속에 동화되는 기쁨 그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바다낚시보다는 민물낚시 그것도 밤낚시가 묘미라고 들려주는 공주 교동본당 주임 김순호 신부는 “고기를 잡는것보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잡념을 없애버리는 것이 낚시의 기본이다”면서 “그것이 곧 도(道)가 아니겠느냐”고 밝힌다.
김 신부에게 있어 낚시는 루소가 아니더라도 ‘자연복귀설’을 떠올릴 만큼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 하느님 안에 사는 것이며 욕심을 버리는 유일한 길임을 깨우치게 하는 하나의 수련장(?)이다.
김 신부가 낚시를 시작한 것은 사제서품 후 여가선용을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별일이 없는 한 월요일이면 낚싯대를 챙긴 지 27년여.
신부들이 가장 원만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라고 낚시를 소개한 김 신부는 “남과의 의견갈등도 없이 즐겁게 기쁘게 온전한 자기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신선놀음”이라고 말한다.
교구 사제 낚시대회서 1등을 하기도 했던 김 신부는 32cm대어를 낚은 경험을 얘기하면서 1년에 두 번 정도 바다낚시를 가곤하나 개인적이고 진지한 모습을 찾는 민물낚시와 비교할 때 재미가 없는 것 같다고 설명.
밤낚시 때 고기가 물위로 튀어 오르고 늑대가 왔다가 물에 빠지는가 하면 노루가 목욕을 하는 모습도 지켜보았다는 김 신부는 이와 함께 천막을 치고 대화를 하면서 야식으로 라면을 끓이고 잡은 고기로 매운탕을 끓여먹는 기분은 일품이라고 말한다.
낚시터로 충주댐을 즐겨 찾는 김 신부는 그러한 자연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느끼며 자신이 좀 더 성숙해 지는 걸 실감한다면서 낚시터로 오고가는 길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 변화무쌍한 계절의 옷을 입고 있는 자연의 모습도 소중한 경험이 된다고 들려준다.
수온차가 크거나 낚시터의 자리가 좋지 않을 때 낚시가 잘 안되더라고 말하는 김 신부는 모든 것이 그렇듯이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인다.
“낚시를 안가면 일주일이 불안하고 화가 나기도 했었는데 세월이 가니까 그것도 이겨나갈 수 있었습니다.”
재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지로 만들어서 창출하는 것이고 낚시도 그런 맥락이라고 밝히는 김 신부.
이제 또 휴일이 되면 본당 신자·낚시하는 동료 신부들과 자연을 만나러, 하느님을 만나러 낚싯대를 챙겨들고 나설 것이다.
[취미와 건강] 낚시 - 대전 김순호 신부
“자연속에서 동화되는 기쁨느껴”
여가선용으로 시작해 27년째
교구 사제 낚시대회 우승경력
발행일1993-08-15 [제1867호,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