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 이문희 대주교가 7월9일부터 19일까지 사할린지역을 방문, 지난해 3월 파견한 원유술 신부와 우리 동포들을 만나보고 러시아 교회의 현황을 둘러보았다. 이문희 대주교를 통해 러시아 교회의 사정과 복음화 전망을 들어보았다.
-일전에 사할린에 다녀오셨다는데 러시아 방문은 이번이 처음입니까?
▲모스크바를 방문한 바 있습니다. 고르바초프의 소련시대였습니다. 모스크바에는 성당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은 미국 대사관 경당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었습니다. 그때 모스크바 대주교님을 뵈었는데 그분은 3개월 전에 주교로 성성되셔서 모스크바교구를 맡으셨고 당시에는 신부 6명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신자 수는 아무도 모른다고 대답하셨습니다.
3년만에 러시아 극동지역을 둘러보았습니다. 울라지보스톡에 미국인 신부 한 분이 92년 2월에 정착하셨고 92년 10월에는 같은 회의 미국인 부제 한분이 이곳에서 일할 작정으로 이곳에서 신품성사를 받아서 지금은 두분이 계십니다. 울라지보스톡에서 서품식은 적어도 1917년 이후 처음 있던 일이며 러시아말로 신품성사 예식이 거행된 것은 1천1백년 러시아 교회사에 처음이라 자랑하였습니다.
-극동 러시아 교회 사정은 어떠하였습니까?
▲울라지보스톡은 노보시비르스크교구에 속하여 있고 이 교구는 우랄-알타이 동쪽 시베리아의 광활한 지역을 관할하며 인구는 5천만이 되는 큰 교구입니다. 그래서 동부지역 북부에 마가단(미국인 사제체제)지구와 남부에 울라지보스톡지구로 되어있습니다.
이 사할린은 80만 인구중 4만이 우리 동포입니다. 일제때 징용으로 갔다가 해방후 귀국치 못한 사람들을 원주민이라 한다면 대륙(만주)에서 건너온 사람들과 평야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그 다음에 진출한 사람들이고 지금은 한-러 수교로 한인들의 지위가 격상되어 모두 고려인협회를 이루어 잘 살아보자는 여유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원유술 신부님을 사할린에 파견하신 것은 거기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것입니까?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하는 우리가 어딘들 못갈데가 있겠습니까 마는 우선 사할린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게 우리의 관심, 우리의 사랑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편이 낫겠지요. 사실 복음선포를 하는 것은 그런 간판을 내어 거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또 원 신부님은 어학공부중입니다. 선교사로서가 아니라 학생으로 가 계십니다. 학생이지만 사제로서 그곳에 있는 신자(모두 6명과 아르메니아인 동방교회신자 1명이 있으나 먼거리에 살기 때문에 자주 만나기도 힘든 상태이다)들에게 봉사하며 또 이웃사람들에게 사제로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할아버지의 말씀이 젊은 사람이지만 원 신부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치 못한 것을 생각해 보도록 만들고 그래서 우리 눈을 새로 뜨게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사람들 눈에는 잘사는 한국에서 왜 이곳까지 왔으며 또 왜 혼자 살고 있는지 여간 궁금한 것이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니 자기를 위하여 살지 않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계명을 따라 사는 사람의 ‘이상한’ 가치체계를 접하며 놀라움과 함께 새로움을 느끼고 그 가치를 받아들이며 인식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이것이 복음화인 것이 아닙니까?
-이미 개신교 교회가 많이 있다던데요?
▲예, 그렇습니다. 적어도 8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 떠나온 바로 다음에 조용기 목사님이 종합운동장에서 설교를 하신다고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 외국인 선교사의 활동금지법이 제정된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들었습니다. 그곳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종교억압 정책은 더이상 계속되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물론 아직 본당을 설립하더라도 시청에 허가를 신청하여야 하고 쉽게 허가가 나오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텔레비전에 종교에 대한 화면-성당, 전례, 기도하는 모습 등이 의외로 많이 나오고 있었고, 한국인 목사 한분은 안해도 되는 로만칼라를 하고 계시는 것도 보았습니다.
러시아 정교측에서 정치권에 그런 요청을 하였다는 것은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러시아 정교는 오랫동안 국교의 대우를 누렸고 가톨릭은 소수에 불과하고 더구나 개신교는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러시아 국민 감정에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지 모릅니다. 지금 모스크바대교구와 카라간다, 노보시비르스크교구(러시아 전체에 3개교구)에도 아직 정식 교구장으로 부르지 않고 감목대리로 부르는 것은 정교와의 관계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다시 러시아를 둘러보신 소감과 복음화의 전망을 간단히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듣는 것보다는 안정된 편이었습니다. 문제는 공산당 70년 세월동안 윤리생활이 황폐해지고 가정이 파괴되고 한마디로 인간생활에 비인간화된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여 안타까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적인 자유사회라고 비인간화의 요소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래서 복음화와 인간성 회복이 여기서는 동의어가 되는 것을 실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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