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메마를 줄 모르는 사랑이 사제의 본성인 것 같다.
교구 사제로서는 드물게 수도성소라는 새로운 부름심에 응답,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에 금년 6월4일 처음으로 입회한 청주교구 소속 정광열(프란치스코)신부의 삶은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또 다른 사제의 모습이다.
7월12일부터 내년 7월5일까지 1년간 수련기를 거친 후 정식 서원자로서 수도사제의 길을 걸어갈 정광열 신부는 수련에 앞서 자신이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힘조차 없는 이들’을 위해 쓰일 맞갖은 도구로 연마되길 하느님께 청했다 한다.
어릴 적부터 자기만을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막연히 남을 위해 살겠다는 사춘기의 꿈을 안고 청주로 유학 온 정 신부는 고 2때 난생 처음 성서를 손에 쥔 정 신부는 그 내용이 너무 좋아 열심히 성서를 읽게 됐고 예수의 십자가 죽음에 충격을 받은 후 크리스천이 되기로 결심했다.
성당에 다니던 친구로부터 “신부는 한평생 성직을 위해 독신생활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턱대고 청주 내덕2동 성당을 찾아 장봉훈 주임신부에게 “신부가 되고 싶다”며 때를 쓴 정 신부는 그날로 예비자 교리반에 입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첫 걸음마를 시작했다.
‘영세후 3년 이상 된 자야만이 입학 가능하다’는 신학교 전형에 따라 입학조건이 맞지 않아 대학을 포기,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군에 입대한 정 신부는 오직 사제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군생활 중에서도 신앙생활과 입시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제대 후 아들이 신부가 되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아버지가 반대와 함께 집에 받아들이기를 거부해 상경한 정 신부는 신문배달과 독서실 총무로 독서실에서 기거하면서 사제성소를 저버리지 않았다.
‘구 교우 집안이 아니라 신학교에 보낼 수 없다’고 면담을 거절한 청주교구장 정진석 주교에게 눈물로 호소하여 대구 가톨릭대학에 전형한 정 신부는 1986년 꿈에 그리던 대신학생이 됐다.
집이 원주교구 지역인 제천에 있고 아직 부모의 반대가 끊이지 않아 방학 때만 되면 방학을 날수 있는 일손이 필요한 곳을 찾던 정 신부는 오웅진 신부의 배려로 3학년 여름방학부터 꽃동네와 첫 인연을 맺었다.
꽃동네 중환자실 ‘구원의 집’에서 봉사하면서 여름철 매일 죽어나가는 노인들의 묘 파는 일을 전담한 정 신부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의지할 곳 없는 이들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을 체험했다.
4학년 방학을 마치고 신학교에 돌아오면서 오웅진 신부에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꽃동네에서 살고 싶다”고 고백한 정 신부는 “신부가 되면 꽃동네에 입회할 것”임을 약속했다.
92년 6월 사제서품 후 1년간 충주 교현동본당에서 보좌생활을 마치고 금년 4월 꽃동네 보좌로 부임한 정 신부는 6월4일 정진석 주교의 흔쾌한 입회 허락으로 영원한 꽃동네 가족이 됐다.
“한평생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소유하고 사는 것이 수도생활의 목표”라는 정광열 신부는 “창설자 오웅진 신부의 뜻을 받들어 한평생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힘조차 없는 이들의 손과 발이 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겸손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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