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고 일하면서 부르심따라…” 바다공기 스며들고 새들이 지저귀는 광안리 동산에 울려 퍼지는 노래. 7월11일 오늘, 분도축일을 지내는 세계 분도가족은 마음과 입을 모아 스승이시며 아버지이신 분도 (베네딕도)성인을 기리며, 그 정신을 되새기는 축제를 지낸다. 부산 광안리 바다를 바라보며 동산에 자리 잡은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원을 지칭하여 OSB라 하고 오늘의 축제이름은 OSB축제라 한다. 지원 수녀님들이 본원에 모여 함께 춤과 노래 연극으로 나눔의 자리를 갖는다. 각 지원별로 준비한 것도 다양하지만 그 준비를 위해 머리 맞대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절충하는 가운데 공동체 정신과 형제애가 더 깊어진다. 형제들앞에 한바탕 솜씨 자랑한다는 순수한 저의는 모두에게 고유한 웃음과 박수를 자아내게 한다.특히 노인수녀님들의 노래재롱(?)은 후배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또 빠질수 없는 연극은 분도 성인의 생애 중 누이인 스콜라스티카 성녀와의 극적인 장면이다.
수녀원에서 오라버니와 더 함께 영적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던 성녀에게 분도 성인은 당신 수도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일어서나, 성녀는 깊은 믿음으로 하느님께 기도드려 비를 내리게 함으로써 오라버니를 가지 못하게 한다. 이 대목에서 우린 비와 천둥이 치는 장면을 연출해내야 하는데 궁리 끝에 무대 뒤쪽에서 수도꼭지를 세차게 틀어 빗소리를 내고 냄비뚜껑을 쇠국자로 신나게 두들겨 천둥을 방불케 하기도 하여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렇게 기쁨의 시간을 가지는 우리의 뼛속에는 1천5백년을 흘러 내려오는 분도 성인의 정신과 가르침이 새겨져 있음을 본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성인의 말씀따라 먼저 기도를 중요시 여기면서, 작은 일에도 하느님 향한 마음으로 할 때 그것이 그분께 기쁨이 되리라는 우리의 바람이 날로 익어간다. 또 성인께서 그토록 우리에게 당부하셨던 형제애와 공동체 정신은 현대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는 큰 도전이 되나 우린 이것을 위해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마음을 날로 키워가고 있다. 오늘 OSB축제를 지내는 우리에게 노래나 연극뿐만 아니라 그 축제의 이면에 감추어진 기쁨들이 많기에 그것을 또한 경축함이니라. 바쁜 소임 중에 형제 빨래 다리미질 해주는 넉넉한 마음 지닌 수녀님들, 조카가 건네는 택싯값 2천원을 무거운 짐 들고서도 버스타고 아끼시어 후배에게 얼음과자 사주시는 노인수녀님, 형제의 기쁨과 아픔에 함께 하면서 격려와 기도를 건네는 수녀님들, 작은 일에서도 형제를 칭찬하는 수녀님들, 또 주어진 소임에서 공동체를 위해 열심히 기쁘게 자신의 몫을 채우려는 수녀님들이 계시기에 오늘을 경축할 이유가 넉넉한 것이다. 하늘나라에서 분도 성인께서도 기뻐하시리라. 우리의 부족으로 매일 작은 가슴을 “내 탓이오”라고 친다 해도 우리에게 “대견하다, 내 딸들아!”하실 그 말씀이 지금 이 순간 내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