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7,11-19)
예수의 복음전파는 여행하면서 전해졌고 그 여행은 이방인들의 땅 갈릴래아(당시 개념 대목37 참조)에서 시작하여 하느님의 성도 예루살렘에서 끝난다. 루가 복음서는 이 여행의 여정길이 곧 그리스도의 구세의 길임을 돋보이게 한다. 따라서 루가가 제시하는 구세주의 여행 여정은 지리적인 지역 제시보다도 여행이 지니는 신학적인 뜻에 중요성을 둔다.
복음이 전해지는 발길은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사마리아를 통해 예루살렘에서 끝맺는다. 그리고는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분부하신 대로 ‘너희는 성령의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대아와 사마리아뿐만 아니라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라는 말씀을 따라 교회가 복음전파의 역할을 맡아 예수께서 걸으셨던 전도여정을 거꾸로 밟아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게 된다.
루가는 예수의 마지막 예루살렘 등정을 네 단계로 소개한다. 그 첫째는 수난의 여정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단계로서 예루살렘으로 향할 결심을 사마리아에서 시작한다(루카 9,51). 두 번째 단계에서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가시는 길에 이 마을 저 마을 이 동네 저 동네를 다니시며 전교하신다. 셋째 단계는 예수께서 헤로데의 영토 안에 들어가신다. 이 지역은 요르단강 건너편 페레아 지방이다(대목212 참조). 이 지방에서 전교하신 다음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는데 사마리아와 갈릴래아의 경계선 지역에 이르신다. 이곳은 옛날에 예즈레일 계곡이라고 하던 에스드렐론 평원지대이다. 여기서 나자렛과 예루살렘의 방향을 가르는 길이 교차된다. 여기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내려가면 요르단강 우측 강변을 타게 되고 도중에 예리코와 베타니아를 거쳐 예루살렘에 이르게 된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향하시는 마지막 여정은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접경지대에서 시작한다. 이 여정이 넷째 단계이다.
이 여정 도중에 예수께서 베타니아의 마리아의 집에 들러 그 오빠 라자로를 죽음에서 소생시켰고 그 일로 해서 유대아인들의 죽일 음모를 피하여 에프라임으로 피신하신 일이 있다(요한 11장). 다시 마지막 여행의 시발점으로 돌아가 보면 예수께서 페레아에서 전교하시다가 요르단강 건너편에 있는 펠라라는 동네를 거쳐 강 맞은편의 쉬토폴리스로 건너가셨다.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예루살렘으로 가게 되는데 도중에는 세례자 요한이 세례를 베풀던 살림 근처의 에논(요한 3,23)을 들렀을 것이다. 이때가 연중 2·3월이었고 여행 도중에 나병환자 10명을 만나게 된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제시되지 않으나 사마리아 접경의 한 작은 마을이다. 구약 율법에 따라 나병자들은 성으로 둘러싸인 큰 도시에는 들어갈 수 없었고 그 밖의 작은 마을에는 들어갈 수 있었다. 특히 예루살렘 성도에는 얼씬도 해서는 안 되었다(레위 13,45). 다른 사람의 접촉이 금지되어 있던 나병자들은 예수를 보고 멀찍이서 소리 지를 수밖에 없었다. “예수 선생님”하고 그들은 소리쳤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당시의 랍비 즉 율법선생님을 부르는 호칭이었고,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의 놀라운 능력에 압도되었을 때(루가 5,5:9,49), 영광스러운 변모에 놀랐을 때(루카 9,33), 곤경에 처해서 도움을 요청할 때(루카 8,24) 이 호칭을 사용하였고, 열 명의 나병자는 자비를 빌며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예수는 이렇게 불린 것이 여섯 번째이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께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이렇게 불렀다.
나병은 실질적 치유가 필요하였지만 치유 후 율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법적인 치유인정이 중요하였다(레위 14,2:16,29).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 절차를 밟으라고 권고하셨다. “가서 제관들에게 보이라” 그들은 순명하여 가는 동안 몸이 깨끗하게 된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들 중 한 사람만이 예수께 돌아와 엎드리고 감사를 올렸다. 이 사람은 이방인이었고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나머지 9명은 유대아인이었다. 누구 앞에 엎드린다는 것은 경배를 뜻한다. 이방인은 하느님을 경배하는데 하느님 경배를 민족성으로 자부하는 유대아인들은 치유된 것을 알자 다른 데로 가버리고 말았다. “일어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했다” 이 말은 감사할 줄 아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구원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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