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부설 생명문화 연구소 초대 소장 정의채 신부(68·철학박사)가 6월26일 제6차 세미나를 마지막으로 소장직을 사임했다. 생명문화 연구소는 실종되어 가는 생명의식의 근본대책 수립과 실천운동을 시대적 사명으로 인식한 각계 지성인들의 뜻이 결집되어 발족된 국내 최초의 ‘생명문화’연구 실천기구.
91년 12월 개소 당시만 해도 ‘생명문화 연구소’라는 것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시도되어 보지 못한 생소한 연구영역이라는 점에서, 또 그러나 반생명적 현상이 날로 만연돼 가는 국내 상황으로 인해 ‘기대반 우려반’의 예측을 낳았었다.
그러나 개소 후 만 18개월이 지난 지금 생명문화 연구소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6차례에 걸친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생명존중 의식을 고취시키고 어린이 부녀자 유괴 및 폭행, 살인, 인신매매 등 반인륜적인 범죄들이 어느 정도 자취를 감추는데 일조를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처럼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큼직한 세미나를 6차례나 성공리에 개최하고, 그 결과들을 논문집으로 묶어 발간해낸 것은 정의채 소장 신부의 대학자다운 면모를 확인시켜준 ‘기적 같은 일’로 주위에선 평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부설 연구기관으로서 세계적 추세인 ‘연구소 중심의 대학’으로 탈바꿈을 선도했다는 점에서 생명문화 연구소의 출범은 커다란 의의를 지니며, 이 부분은 생명문화 연구소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가야할 과제로 남겨 놓고 있기도 하다.
6월28일 6차 세미나의 뒷마무리 작업 중인 정의채 신부를 연구소에서 만났다.
-지난 18개월 동안의 연구소 활동에 대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견해입니다. 그간의 활동과 성과를 종합해 주십시오.
▲무엇보다 생명존중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이를 생활실천으로 연결시키고자 했던 당초 의도가 뿌리를 내린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출범 당시만 해도 낙동강 페놀 오염사태, 화성군 연쇄살인, 어린이 유괴 등 우리 사회에는 환경파괴와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돼 있었지요. 다행히도 최근들어 유괴, 살인과 같은 반생명적 행위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연구소 활동도 나름대로 일조를 했다고 봅니다.
-1년 6개월 동안 6차례의 세미나를 가진 것은 누가 봐도 놀랄 일입니다. 연구소 활동이 이처럼 큰 성과를 거둔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을 했다고들 합니다. 세미나를 준비하는 시간이나 인력, 경제적인 뒷받침 문제 등 어려움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것의 뿌리가 되는 ‘생명’과, 또 보다 포괄적인 ‘문화’라는 공통의 테두리 안에서 문제에 접근하려 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세상의 생명을 위하여-자연과 인간생명을 사랑하자, 수호하자, 풍요롭게 하자’는 취지로 범학문적, 범종교적, 범민족적 지향을 갖고 활동한 것이 사회 각계의 참여를 이끌어낸 요인이었다고 봐요.
또 순수 이론적인 논의에서 벗어나 현장성 있고 실제적인 주제들을 체험에 입각해 다루었다는 것도 국민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지요. 이밖에 저희 연구소 운영위원들과 언론계 등 많은 분들의 협조와 격려가 큰 힘이 됐습니다만 저는 이 모두가 하느님의 뜻이자 축복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세미나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또 아쉬움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매번 세미나 때마다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제겐 모두가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작년 가을 ‘뇌사’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를 들 수 있겠지요. 당시 장기이식과 관련해 국내에서 한창 논의가 진행중이던 뇌사문제에 분명한 선을 그어준 것으로 의미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움이라면 주어진 시간 내에 다루고 싶은 주제는 많아도 소화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예를 들어 ‘교육과 생명’같은 것도 시급히 다뤄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예산확보라든가 인력수급문제로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강대 박홍 총장신부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노고로 잘 극복할 수 있어 고마운 심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소장직은 사임하지만 상임고문으로 남아 계속 연구소 일에 관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건강도 좀 돌보면서 서강대 석좌교수로 연구활동에 전념할 생각이고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을 비롯 번역작업도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철학서 수필집 등 10여 종이 넘는 저서를 펴낸 바 있는 정 신부는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 개인 저술활동도 마무릴 할 계획이라며 왕성한 의욕을 보였다. 생명문화 연구소 후임소장에는 서강대 철학과 박종대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락처=(02)706-69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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